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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파업 향한 싸늘한 시선… 은행, 한 달에 몇 번이나 가나요

[뉴스 AS] 파업 향한 싸늘한 시선… 은행, 한 달에 몇 번이나 가나요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1-13 23:08
업데이트 2019-01-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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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파업으로 본 은행의 변화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던 2000년 국민·주택은행의 파업과 달리 2019년 1월 8일에 이뤄진 KB국민은행의 파업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모바일뱅킹과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금융+기술) 등 ‘디지털 금융’이 속속 뿌리를 내리면서 금융권의 파업 풍경마저 바꿔 놓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2000년과 2019년의 은행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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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을 벌인 지난 8일 서울시내 한 지점 입구에 파업 관련 사과문이 스크린에 띄워져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을 벌인 지난 8일 서울시내 한 지점 입구에 파업 관련 사과문이 스크린에 띄워져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은행을 얼마나 자주 가십니까.’

직장인 A(45)씨는 이 질문에 “20여년 전에는 은행 지점을 적어도 일주일에 2~3차례 갔지만 요즘에는 1~2개월에 한 번 가는 일도 드물다”고 답했다. 2000년에는 입출금을 하려면 은행에 직접 가서 전표를 써야 했지만 지금은 앉은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일반 금융 소비자들 역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이트에는 빈번하게 접속하지만 정작 은행 지점을 찾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은행원의 일상도 20년 동안 크게 달라졌다. 한 시중은행 직원 B씨는 “예전에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에 걸쳐 돈이 맞는지 전표 정리를 했는데 지금은 전산화로 전표가 자동 관리돼 저녁때만 금액을 맞춰 본다”면서 “대신 신용카드나 펀드, 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을 파는 업무가 늘었고 이를 위한 회의나 공부 시간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도 “은행을 방문한 고객에게 앱을 추천하고 설치를 도와주고, 인근 지역 행사에도 나가 ‘앱 팔이’를 했다”면서 “이제 은행원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씁쓸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도 은행은 지점수를 줄이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기준으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2015년 9월 말 5126개에서 지난해 9월 말 4708개로 3년 동안 8.2%(418개)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개인 대출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 영업점과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직원수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70~1980년대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국내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기업 부실을 떠안아 무너졌고 국민은행처럼 안정적인 개인 대출에 기반한 후발 은행들이 기업 중심 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다”면서 “영업점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이 수익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돌입하면서 인건비 등 비용을 축소해야 할 유인이 커졌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판매 관리비(인건비+물건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은행이 평균 57.4%인 반면 글로벌 100대 은행그룹은 52.1%이다. 국내 은행들은 다른 나라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인력 감축의 파도가 더욱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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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국내 은행들은 일반 행원보다 관리자가 더 많은 ‘항아리형’ 구조다. 국내 은행이 고성장하던 1990년대 초까지 대대적으로 뽑은 인력이 지금 50대가 됐다. KB국민은행은 일반 직원 대비 책임자 비중이 58.6%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아 진통이 더 크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희망퇴직을 꺼리고 국내 기업 문화 특성상 대대적인 업무 재편이나 재교육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영업점과 직원수를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비대면인 콜센터 중심으로 인력이 늘어나면 외주화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품질은 떨어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씨티 등 6대 시중은행은 3398명을 기간제 직원으로 직접 고용했고 1만 6943명을 파견·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경비원을 포함한 ‘로비 매니저’나 콜센터 직원이다. 6대 은행 전체 근로자 8만 4561명 중 24.1%인 2만 341명이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인 셈이다.

한 인터넷 전문은행 직원은 “인터넷 은행은 경력직을 우선으로 뽑지만 야간상담센터는 아르바이트생이 상담전화를 받는다”면서 “야간에 전화를 했다가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해 낮에 다시 전화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업무 숙련도가 낮아질 수 있어 창구 직원을 단기 일자리로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인구 고령화도 빨라 고객 편의를 위해 지점의 과도한 축소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정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50대 이상은 지점 방문을 선호하고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어 다른 국가보다 지점이 빠르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반면 유럽은 유럽연합(EU)으로 재편되며 국경이 허물어지다 보니 여러 나라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지갑이 유행하면서 지점이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온라인 금융이 오프라인 금융을 완전하게 대체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도 은행 지점은 필수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 입출금 거래 중 52.6%는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졌고, 조회 거래는 인터넷뱅킹 비중이 86%였다. 그러나 대출이나 상담 업무는 여전히 지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소비자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뱅킹을 이용하는 예금자의 70%도 은행 지점을 이용했다. 금융 전문 컨설팅 업체 셀렌트에서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세대)의 93%도 지점을 필요로 한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글로벌 은행은 지점을 늘리기도 했다. JP모건은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50개 지점을 세웠고, 이탈리아의 인터넷은행인 케반카는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교통 요지에 50개 지점을 만들었다.

디지털 금융과 기존 점포가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줄이더라도 모바일, 온라인에서 금융 거래를 시작한 고객이라도 은행 지점에서 똑같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옴니 채널’이다. 재무 설계나 기업 대출 같은 복잡한 작업은 온라인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높다.

강 연구원은 “은행마다 영업 행태가 달라 자산과 연봉, 지점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은행 지점의 숫자가 주는 추세”라면서도 “은행이 주력하는 기업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은 규모가 크고 필요한 서류도 많아 온라인만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대출액 상한 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객에게 받을 서류와 확인할 내용이 늘어나 서류 작업이 더 복잡해졌다”면서 “심사는 시스템화돼 있지만 고객에게 받은 서류를 입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1-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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