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전화해보고 방문하고…오늘도 유치원 찾아 발품 전쟁

입력 : ㅣ 수정 : 2019-01-1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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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학교로’ 대기번호 지난달 종료
선착순 접수·추가모집 등 제각각 방침
탈락하면 예전처럼 입학 대란 겪어
“온라인으로 신청한 학부모만 바보 돼”
교육부 “2020학년도 제도 개선 반영”

“‘처음학교로’에서 신청했다 탈락한 유치원에 전화했더니, 이미 지난달부터 선착순 대기접수를 받았고 기존 대기번호는 사라졌다네요.”

“오늘 오전 10시부터 전화로 선착순 대기 접수를 한다는데 한 시간째 연결이 안 돼요. 직접 찾아가야 할까요?”

새해 벽두부터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자녀들을 유치원 대기명단에 올리려다 ‘멘붕’(정신적 공황 상태를 지칭하는 신조어)에 빠진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의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 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해 신청했던 유치원에서 모두 탈락한 경우 대기번호를 부여받았지만 대기번호순으로 이뤄지는 등록도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이들은 새해부터 휴대전화를 붙들고 맘카페를 뒤지며 유치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정원이 미달된 유치원을 찾아보는 등 유치원 입학 전쟁을 이어 가고 있다.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운 건 유치원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대기 접수 및 추가등록 때문이다. 처음학교로를 통한 신청 과정에서 작성된 대기명단을 유지하며 결원이 생겼을 때 추가 등록하도록 교육부가 권고했지만, 상당수 유치원은 기존 명단을 무효화하고 새로 대기 신청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신청하려는 유치원이 기존 명단을 유지하는지, 아니라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대기 신청을 받는지 등을 일일이 파악해야 한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A(36)씨는 “다섯 살 된 딸을 보내려고 신청했던 사립유치원에 떨어졌고 대기번호도 9번에서 끝나버려 당황했다”면서 “전화로 선착순 대기 접수를 한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친한 학부모에게 전해듣고 부랴부랴 전화했지만 번호가 20번대로 밀렸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직접 연락해 오는 학부모들에게만 대기명단 번호를 유지해 주거나, 처음학교로를 통한 등록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부터 별도의 대기 접수를 하는 등 유치원마다 천차만별의 방침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에 직접 찾아간 학부모들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따로 주는 경우도 있다.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발품을 팔기 어려운 학부모들은 뒤처지기 십상이다. 정원이 미달돼 추가모집을 진행하는 유치원도 접수는 처음학교로를 통하지 않고 자체 진행하는 곳이 많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신청과 추첨, 등록을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유치원 입학 시즌이면 원하는 곳에 들어갈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 지인까지 동원해 되도록 많은 유치원 입학 추첨식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지난해 말 회계 부정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이 2.7%에서 59.9%로 크게 뛰었지만 처음학교로를 통해서도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다시 원점에서 입학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허모(34)씨는 “처음학교로에서 떨어지고 나면 시스템과는 별도로 예전과 같이 발품을 팔고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처음학교로를 통해 신청하고 기다리는 학부모들만 바보가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2020학년도 유치원 입학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9-01-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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