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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2차담판 길목 ‘막판변수’…복잡한 北中美 삼각함수

김정은 방중, 2차담판 길목 ‘막판변수’…복잡한 北中美 삼각함수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08 11:26
업데이트 2019-01-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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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담판 ‘임박’ 신호…북중 ‘작전타임’ 사전조율 향배에 촉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0일 전격 방중 길에 오르면서 가시권에 들어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파장을 드리울지 주목된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가 북미 양자 간에 모색되는 대화 흐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질서를 놓고 갈등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G2(주요 2개국)의 역학관계와 향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서 요구되는 중국의 ‘역할론’을 감안할 때 북미 정상간 담판을 앞두고 돌출한 이번 방중이 갖는 외교적 함의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전선이 복잡하게 뒤엉킨 가운데 북ㆍ중ㆍ미간 복잡한 ‘삼각함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정상회담으로 길목에서 막판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2차 핵 담판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이번 4차 방중은 일단 북미 정상의 2차 만남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 때에도 그 전후로 각각 중국을 방문, 긴밀한 공조를 과시했던 전례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25∼28일, 5월 7∼8일, 6월 19∼20일 등 세 차례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이뤄진 북·중 간 밀착을 바라보는 미국의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북미 정상 간 분명한 담판 의지에도 불구, 제재완화에 대한 이견으로 비핵화 협상의 ‘입구’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격 개입함으로써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중국을 등에 업고 제재완화 등에서 협상공간을 넓히려는 북한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매개로 무역협상 과정에서 대미 지렛대를 키우려는 중국이 공조를 강화할 경우 미국으로선 비핵화 협상 및 무역협상이라는 양대 전선에 동시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중국에 머무는 7∼8일은 중국에서 새해 첫 미·중 무역협상이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조야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이번 ‘작전타임’에 촉각을 세우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북·중 간 사전조율의 방향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항로도 일정 부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설이 보도되자 공식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말을 아꼈다. 중앙정보국(CIA)은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당신의 질의에 대해 해줄 말이 없다”고 밝혔고, 국무부도 같은 질의에 “중국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각각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환기, “김 위원장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과 또 다른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 국가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간 동맹을 과시하겠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중국으로선 북한 문제를 고리로 미국에 대한 지렛대를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AP통신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물살을 타는 듯한 시기에 이뤄진 점을 주목,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워싱턴의 압박에 대한 핵심적 완충장치”라며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시 주석을 만나 입장을 조율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신경쓰이는 것은 지난해의 ‘경험’과도 무관치 않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 와중에 제재 등 대북 대응을 놓고 중국과 균열 조짐을 보여 왔으며, 특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중국 배후론’을 공공연하게 제기하며 북·중 간 밀착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특히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후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5월 24일 북미 정상회담 무산 통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다자협상의 새로운 틀을 구축, 중국을 끌어들이려 한 것도 미국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단 지난해 비핵화 협상 부진에 대한 미국의 ‘중국 배후론’ 제기가 무역협상을 둘러싼 대중(對中) 압박용 성격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상황은 달라졌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미·중은 지난해 12월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휴전’을 계기로 대북 공조를 본격적으로 복원하는 모양새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귀국길에서 미·중 정상이 북한과 관련해 매우 강력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대해 ‘100% 협력’을 약속했으며 “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단순히 국제적 제재전선의 틀 안에 붙잡아두는 차원을 넘어 제재문제로 교착된 북미 간 대화를 본궤도에 올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려면 중국과의 소통 강화 및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대북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협조를 견인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중 간 무역 전쟁과 북한 비핵화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걸 분명히 해왔다면서 “중국은 행동으로도 이를 입증했으며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핵 능력으로부터 세계가 처한 위험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에 있어 좋은 파트너였다”고 밝힌 것도 미국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관건은 북·중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교착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느냐는 데로 모인다.

북한이 ‘더이상의 일방적 양보는 없다’며 제재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일정한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제재완화는 없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설득할 수 있다면 제재 문제로 멈춰섰던 북미대화가 다시 돌아가게 되는 중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협상도 순조롭게 풀려 북미 비핵화 협상과 선순환을 이룬다면 미국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의지를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화답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선후 관계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곧바로 좁혀지지 않더라도 북미 정상이 2차 담판으로 ‘직행’할 수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구체적 성과를 담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1차 풍향계는 고위급 또는 실무회담이 얼마나 빨리 본궤도에 오르냐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1차 방북 때를 떠올리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뒤를 잇게 된다면 2차 핵 담판을 앞두고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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