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발바리차·온면 아시나요

발바리차·온면 아시나요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19-01-03 17:48
업데이트 2019-01-04 01: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북한 여행 회화/김준연 지음/온다프레스/176쪽/1만 2000원

가상으로 떠나는 북한여행안내서
이미지 확대
파스텔톤 하늘 위로 고려항공 비행기가 떠간다. 아기자기한 표지 일러스트가 시선을 끈다. 반짝이는 붉은색 제목은 기묘하다. ‘북한 여행 회화’. 세 단어 여섯 글자의 조합이 익숙하면서도 어색하다.

이번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경의선 연결까지 추진되고 있지만 ‘북한 여행’은 아직까지 피부로 와닿지 않는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세계 40여개 나라를 돌아본 여행자가 쓴 책이라고 하니 특별한 기회를 얻어 북한에도 가 봤나 싶은데 그건 아니란다. 가 보지 못한 곳에 대해 쓴 가상 여행 안내서인 셈이다.

설령 여행객을 위한 문이 열린다고 해도 방언 수준일 텐데 ‘회화’를 공부해 갈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북한의 표준어 ‘문화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말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남한의 냉면을 ‘국수’로, 국수를 ‘온면’으로 부른다는 점이나 ‘낙지’를 주문하면 오징어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북한 여행을 간다면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릴 게 분명하다.

한편 표준어와의 간극이 생각보다 작은 측면도 있다. 의사소통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대부분 어휘지만 사람들은 억양과 발음을 가장 낯설게 느낀다. 책은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서로의 언어를 기형적인 것으로 본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체제가 아닌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낯설 것도 없다고 조언한다.

가상 여행 안내서지만 생각보다 알차다. 많은 자료 조사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북한을 여행한 것 같은 경험을 전달한다. 중국·라오스·쿠바 등을 여행한 저자의 경험은 사회주의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평양의 문이 열린다면 가방에 한 권 챙겨 북으로 떠나야겠다. ‘발바리차’(택시) 기사가 “두 딸라”(2달러)라고 말해도 당황하지 않도록.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9-01-04 37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