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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처리보다 휴양지…국민대표들의 도넘은 모럴해저드

민생법안 처리보다 휴양지…국민대표들의 도넘은 모럴해저드

문경근 기자
입력 2018-12-30 21:10
업데이트 2018-12-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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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4명 ‘외유성 출장’ 후폭풍

김용균법·유치원3법 처리 본회의 불참
다낭行 논란 조기 귀국… “국민께 송구”
당 내부서도 “안일한 판단으로 일 키워”
일각 “임기 전 해임 국민소환제 도입을”
2006년 이후 7차례 발의에도 폐지·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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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3법 나몰라라
유치원3법 나몰라라 곽상도(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단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 27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다뤄진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 다낭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 교육위원회 소속인 곽 의원은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는 3일째 국회를 찾아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했고, 학부모들은 지체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여야 협상을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 정작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회는 물론 본회의 표결까지 불참하며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인 다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국회의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위해 본연의 업무인 법안 처리 의무를 내팽개치자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소환제를 시급히 도입해 함량 미달의 의원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의원은 27일 오후 6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다낭으로 떠났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가 김용균법과 유치원 3법 처리 협상 과정에서 연기되자 해당 의원들은 남은 상임위와 본회의 일정을 모두 건너뛰고 출장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는 오후 5시 30분 개의됐다. 얼마든지 출장을 취소하고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들은 끝내 민의의 전당보다는 휴양지를 택했다.

당사자들은 외교를 위한 출장이라고 강변하지만 국회의원의 제1 본분인 입법을 외면한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신 의원은 김용균법을 다룬 환경노동위원회, 곽 의원은 유치원 3법의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 처리를 지켜봤어야 할 교육위원회 소속으로서 그 누구보다 국회를 지켜야 할 의무가 막중했다.

그동안 원내 사령탑으로서 정부여당을 향해 민생을 챙기라고 공격해온 김 전 원내대표까지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하자 당 내부에서조차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베트남 출장이 본회의까지 불참하며 갈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닌데 안일한 판단으로 일을 키웠다”고 했다.

외교 행사를 출장 이유로 댔던 해당 의원들은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예정된 3박 4일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않은 채 조기 귀국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6시쯤 홀로 귀국해 “베트남 측과의 사전 약속을 우리 마음대로 미룰 수 없어 부득이 출장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나머지 세 의원도 30일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와 “잘못된 판단을 해서 국민께 송구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상식을 벗어나는 국회의원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끊이지 않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소환제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라도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임기 만료 전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국회의원으로 한 번 선출되면 다음 총선 전까지 국민이 이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며 “국회의원이 대표성과 책임성을 제대로 갖게 하려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은 2006년 이후 총 7차례 발의됐다. 이 중 3차례는 법안 임기만료로 폐지됐고, 한 번은 철회됐다. 현재 3건의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8-12-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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