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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수술 이겨낸 발 난 더 잃을 게 없다

8번 수술 이겨낸 발 난 더 잃을 게 없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8-12-23 22:40
업데이트 2018-12-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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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U 빙속 월드컵 金 주역 엄천호 ‘역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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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자국이 선명한 엄천호의 오른 발목. 그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오른 발목 다섯 차례, 왼 발목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 자국이 선명한 엄천호의 오른 발목. 그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오른 발목 다섯 차례, 왼 발목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저는 잃을 것이 없는 선수지요.”

왼쪽 발목 3차례, 오른쪽 발목 5차례. 마지막 수술을 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종종 발목 근처가 굳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7살 때 운동을 시작한 20년차 빙상인 엄천호(26·스포츠토토)는 스스로도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라고 진단했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스포츠토토 빙상단 사무실에서 만난 엄천호가 살짝 걷어올린 바지 밑단 양쪽 발목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올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단 한 번도 메달(금1·은1·동1)을 놓치지 않았다. “8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월드컵에서 성적까지 좋아 기쁘다”며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쇼트트랙에서 빙속으로 전향한 지 올해로 3년차. “1~2년 차에는 몰랐던 빙속 자세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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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의 엄천호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자신의 소속팀 스포츠토토 빙상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익살스런 포즈를 짓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엄천호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자신의 소속팀 스포츠토토 빙상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익살스런 포즈를 짓고 있다.
엄천호가 태극마크를 단 것은 2016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하고서는 처음이다. 8년 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며 각광을 받았으나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왼쪽 발목에 부상이 생겨 연달아 두 번 수술을 받았다.

이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충분한 재활을 거치지 않은 채 아시안게임에 나간 것이 이후 선수 생활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잦은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엄천호는 “거의 매년 부상을 당했다”며 “수술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제 다치면 ‘이건 전신 마취하겠네, 이건 부분 마취면 되겠네’라며 스스로 진단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고, 한때 은퇴도 생각했지만 모든 선수들의 꿈인 올림픽에 출전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면서 “그런데 새 소속팀에 들어와 빙속 전향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 뒤로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엄천호가 목표로 하는 올림픽은 그에게 한이 많이 서린 대회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는 하루 전날 부상을 당했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 대표팀 선발전 때는 주종목인 1500m 준결승에서 아무런 접촉도 없었는데 홀로 넘어졌으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선발전 때는 3위에 그쳐 이승훈(30)·정재원(17)에게 자리를 내줬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도 도전하면 4수째다.

그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멋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매스스타트 최강자인) 이승훈 선배가 대표팀에 돌아온다면 감히 경쟁이라기보다는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12-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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