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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하루라도 노숙인들 따듯하게 재우는 일, 그렇게 어렵나

성탄절 하루라도 노숙인들 따듯하게 재우는 일, 그렇게 어렵나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2-18 13:23
업데이트 2018-12-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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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붕을 올려라 노숙인 프로젝트’ 모습.
지난해 ‘지붕을 올려라 노숙인 프로젝트’ 모습.
“노숙인들이 성탄절 하루만이라도 따듯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호텔로 오세요.”

영국 헐의 노숙인들을 돕는 ‘지붕을 올리자(Raise the Roof) 홈리스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숙인들을 성탄 전야에 호텔 객실에 투숙하게 한 뒤 성탄절 오후까지 머무르게 하려고 1092 파운드(약 156만원)에 로열 호텔과 예약을 마쳤다. 모두 28명의 노숙인들이 묵을 수 있게 트윈룸 14개를 빌리기로 했다. 호텔에는 노숙인들이 묵는다고 미리 알렸는데 괜찮다고 했다.

잠깐 샛길로 새자면, 이 프로젝트 제목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작품 ‘대들보를 높이 들어올려라(Raise High the Roof Beam)’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본론으로. 그러나 로열 호텔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뒤늦게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지난해 이비스 호텔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실시했는데 객실에 쓰레기를 잔뜩 남기고 불을 피웠으며 비품을 훔치는 등 물적 피해를 안겼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측은 거짓이라고 반박했고 이비스 호텔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로열 호텔 대변인은 “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며 그녀가 노숙인들을 받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붕을 올려라 노숙인 프로젝트’ 모습.
지난해 ‘지붕을 올려라 노숙인 프로젝트’ 모습.
이틀 뒤인 17일 저녁 제3의 호텔인 더블트리 힐튼이 이틀이나 노숙인들을 무료로 재워주고 성탄 만찬과 조식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호텔은 성명을 통해 “이 손님들이 호텔에 불을 놓거나 도둑질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의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행사를 계획한 칼 심프슨은 “누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던가“ 라고 되물었다. 지난해에도 이비스 호텔에서 자본 노숙인 한 명은 “정말로 최고의 성탄 선물 가운데 하나였다. 하룻밤 만이라도 거리에서 자지 않게 돼 커다란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로열 호텔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자 1500명 넘는 사람들이 리트윗하며 9000 파운드 이상이 모금됐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커다란 돈이 모금됐다. 프로젝트 측은 뒤늦게 다시 노숙인들을 받겠다는 로열 호텔의 초청은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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