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누가 일곱 살 소녀를 죽였나…비극으로 끝난 아메리칸 드림

누가 일곱 살 소녀를 죽였나…비극으로 끝난 아메리칸 드림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12-16 23:20
업데이트 2018-12-17 02: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불법 입국 중 과테말라 출신 소녀 사망

국경역서 발작 증세 보이며 숨 못 쉬어
물·음식 구하지 못해 고열·탈수 시달려
美 CBP “의료 인력 없어 응급조치 못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사는 한 히스패닉계 여성이 15일(현지시간) 미 남부 국경을 넘다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뒤 탈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 재클린 칼 매퀸의 사진을 들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엘패소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사는 한 히스패닉계 여성이 15일(현지시간) 미 남부 국경을 넘다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뒤 탈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 재클린 칼 매퀸의 사진을 들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엘패소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붙잡힌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가 미 구금시설에서 탈수 증세를 보인 뒤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과테말라 농가 출신 소녀 재클린 칼 매퀸은 지난 6일 오후 9시 15분쯤 아버지 네리 칼(29)의 손에 이끌려 멕시코에서 미 뉴멕시코주 로즈버그로 넘어오던 중 161명의 다른 불법 이민자들과 함께 미 국경순찰대에 체포됐다. 순찰대원들은 인근 로즈버그 국경역에 무전을 보내 버스를 요청했다. 아버지와 동행한 재클린은 7일 0시 18분 도착한 첫 버스를 못 타고 오전 5시쯤 도착한 두 번째 버스에 탑승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재클린은 버스 탑승 전부터 구토 증세를 보였으며, 아버지는 버스 탑승 당시 대원들에게 재클린의 상태를 알렸다.

하지만 재클린은 버스가 90분 뒤인 오전 6시 30분 국경역에 도착했을 때 발작 증세를 보이며 숨도 잘 쉬지 못했다. 재클린의 체온은 당시 섭씨 40.9도에 달했고 7일 오전 8시 51분쯤 헬리콥터로 텍사스주 엘패소 어린이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다가 병원에 도착한 지 15시간 44분이 지난 8일 0시 35분 사망했다. 부검 결과는 몇 주 뒤에 나오지만 병원 측은 사인으로 패혈증, 고열, 탈수 증세를 꼽았다.

재클린은 숨지기 직전까지 며칠 동안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HS는 미국에서는 불법 입국자들에게 물과 음식이 제공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멕시코에서 음식이나 물을 구할 수 없는 지역을 걸어 이동했다는 것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들이 체포된 지역에는 의료 인력이 없어 곧바로 응급처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BP는 “아이가 버스 탑승 한참 전부터 고열 증세를 보였지만 아버지가 이를 버스 탑승 직전까지 알리지 않았다”며 네리에게 책임을 돌렸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도 “멕시코를 거치는 긴 여행길에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네리는 재클린이 미 국경에서 체포당하기 전까지 건강했다고 반박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족들은 “재클린이 미국에 가면 장난감을 가질 수 있고 글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들떠 있었다”면서 “아이가 자라면 엄마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겠다고 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12-17 9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