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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역사적 첫발” 北 “오솔길, 대통로 되길”… 담배 권하며 화기애애

南 “역사적 첫발” 北 “오솔길, 대통로 되길”… 담배 권하며 화기애애

이주원 기자
입력 2018-12-12 23:02
업데이트 2018-12-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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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리 겨눴던 남북, 평화 장면 연출

남북 미리 만든 오솔길 따라 11곳 둘러봐
오전엔 南, 오후엔 北 2시간씩 철수 검증
文대통령, 지하벙커서 생중계로 지켜봐
“오늘의 신뢰 잇는다면 평화의 땅이 될 것”
남북 65년 만에 군사분계선 넘어 GP 철수 상호 검증
남북 65년 만에 군사분계선 넘어 GP 철수 상호 검증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검증반 대표 윤명식 육군 대령이 12일 강원 철원 중부전선에서 북측 현장검증반 안내 책임자인 리종수 육군 상좌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남북이 상호 GP를 방문한 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남북이 12일 실시한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 감시초소(GP) 11곳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측 검증반 책임자인 리종수 상좌(중령급)는 이날 오전 9시 군사분계선(MDL) 상호연결지점에서 남측 검증반 책임자인 윤명식 대령이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며 악수를 건네자 “반갑습니다. 남측 성원을 안내하는 안내책임자 육군 상좌 리종수라고 합니다”라며 손을 맞잡았다. 윤 대령이 “여기서 이렇게 만나는 게 최초다”라고 하자 리 상좌는 “이 오솔길이 앞으로 대통로가 되길 바랍니다”고 화답했다. 윤 대령도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최근 남북이 미리 만들어 둔 11개의 오솔길 통로 중 한곳으로 이동하며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 서로 담배를 권하는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 대치하던 군인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윤 대령은 북측 검증단과 함께 MDL 북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역사적인 첫걸음을 우리가 같이 떼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오솔길을 함께 걸으면서 “이 길을 보니 고생 많으셨습니다. 추운데…”라며 북측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고지에 오른 북측 검증반이 남측 검증반에게 지형지물 등을 설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철거된 초소에서 北바라보는 南 군인
철거된 초소에서 北바라보는 南 군인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에 따라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검증작업에 나선 가운데 한 군인이 12일 강원 철원 중부전선 내 철거된 남측 감시초소에서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철원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검증반은 충실한 현장검증을 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 원격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활용해 북측의 지하 갱도 등 주요 시설물의 파괴 여부 등도 철저히 확인했다.

남측은 검증을 마친 뒤 낮 12시쯤 MDL 남측으로 복귀했다. 오후 2시에는 북측이 남측으로 MDL을 통과해 검증한 뒤 오후 4시 53분쯤 MDL을 넘어 북측으로 복귀했다. 남북 모두 각 두 시간씩 검증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날 각각 77명씩 총 154명의 검증 요원과 촬영 요원을 현장 검증에 투입해 상호 철수 GP에 대해 화기·장비·병력 철수 및 지상시설물 철거 등 전반적인 GP 불능화 상태에 대해 확인했다. 군은 향후 각 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확한 검증 결과를 평가하고 상호 미흡 사항에 대해서는 12월 말까지 추가 보완조치를 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지하 벙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20분간 GP 철수 검증 작업을 현장 생중계로 지켜보고 화상회의를 통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장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상호 간 GP 철수와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오늘처럼 군이 한반도 평화 과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나간다면 오늘의 오솔길이 평화의 길이 되고,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DMZ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 12위 등 올해 발굴된 총 365위의 유해에 대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합동 봉안식을 거행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12-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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