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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있었다” 결론…수사의뢰

“MB 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있었다” 결론…수사의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11 14:22
업데이트 2018-12-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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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혁신위 권고 따라 자체 진상조사…이명박 전 대통령 등 수사의뢰 대상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적절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벌인 자체 조사 결과, 이명박(MB) 정부의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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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과 장애인인권 활동가 인권침해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 12. 1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과 장애인인권 활동가 인권침해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 12. 1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인권의 날’ 기념식이 열린 전날 오후 열린 제19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 건과 장애인 인권활동가 우동민 씨 인권침해 사건 등을 의결했다.

이번 의결은 올해 1월 말 발표된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인권위는 7∼11월 조영선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인권위는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혜우 인권정책연구소 이사,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박종운 변호사,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 자문위원회’로부터 조사 전반에 관해 자문했다.

진상조사 결과,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인권위 내 특정 인사를 축출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블랙리스트는 인권위가 2008년 10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이후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권위는 이 블랙리스트가 2008년 경찰청 정보국과 2009년,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경찰청 정보국의 블랙리스트는 인권위의 직원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눠 ‘현안 관련 보고’로 작성됐다.

청와대 블랙리스트는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 소재의 한 호텔에서 당시 인권위의 김 모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 조사관이던 김 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 카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블랙리스트가 당시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의 업무 활동에 불만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찍어내고, 인권위 조직을 축소함으로써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들을 사후 관리하고자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의 블랙리스트가 전달된 시점을 전후로 2명이 직권면직 되는 등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들 중 총 4명의 직원이 인권위를 나갔다.

인권위는 경찰청이나 청와대의 블랙리스트가 별건이라기보다는 인권위를 압박하려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이런 행위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물론 인권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 행사 방해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게 인권위의 결론이다.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한계 때문에 이번에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제도적 조치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대통령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또한, 2011년 1월 장애인 인권활동가 우동민 씨가 인권위 청사 점거 농성에 참여했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우 씨 사망 사건은 2010년 11월 22일∼12월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소속 인권활동가들이 당시 인권위 건물 11층과 8∼12층을 점거, 농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가 농성 장소의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활동 보조인들의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한 탓에 우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도 이번 자체 조사에서 대체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 씨는 점거 농성에 참여하던 2010년 12월 6일 오전 119구급대에 의해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같은 달 23일 기침과 열, 호흡곤란 등 증상으로 인제대 상계백병원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우 씨는 이듬해 1월 2일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숨을 거뒀다.

인권위는 이번 진상조사에서 인권위 청사 내 농성 참여 당시 환경이 우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지만, 당시 인권위의 조치가 우 씨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활동 보조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당시 우 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며 “향후 우 씨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와 인권위 차원의 인권 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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