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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만에 열린 남북물길…“개성 앞 하구엔 모래 가득, 준설필요”

65년만에 열린 남북물길…“개성 앞 하구엔 모래 가득, 준설필요”

신성은 기자
입력 2018-12-10 13:58
업데이트 2018-12-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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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남북 공동수로조사서 드러나…“홍수 때 지형 바뀔 가능성”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눈앞에서 보이는 예성강 하구 바닷길이 많은 모래로 막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10일 전날 완료된 한강하구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예성강 하구 지역은) 사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서 50㎝∼1m 수심만 있어도 들어가는 소형 선박도 뚫지를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조사 첫날에는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수로를 찾는 데에만 4시간 이상 걸렸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당초 강화도 북쪽과 예성강 하구를 각각 출발해 중간 지점에서 오전 10시께 만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모래 사주 때문에 오후 2시 50분이 돼서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 관계자는 이어 “조그만 배에 남북 조사단이 함께 올라 관측을 했다”며 “우리가 북쪽으로 올라가서 측량하면 500m마다 놓인 북측 초소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더라. 해병 2사단 소속 우리 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고 조사 과정을 소개했다.

남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지난달 5일 처음으로 남북 공동수로조사를 시작해 전날까지 총 660㎞를 측량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사단은 500m 간격으로 A·B·C 구역에 우리 선박 각 2척씩 총 6척을 투입해 물 위에서 ‘음향측심기’로 쏜 음향이 수면 아래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속도를 재 수심을 측정했다.

당국은 현장 조사가 꼭 필요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해역은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측량선을 투입했다. 길이 1천720㎜, 너비 420㎜, 높이 310㎜ 크기의 이 무인측량선은 배터리팩으로 60분간 활동할 수 있다.

조사단이 공개한 한강하구 해저 지형도를 보면 간조 시에는 갯벌이 드러나는 상대적으로 얕은 수역이 빨갛게 표시됐다. 이 수역은 수심이 얕아 민간 선박이 드나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빨간 부분 사이 사이로 파랑과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수심이 비교적 깊은 곳, 다시 말해 수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역이다.

조사원 관계자는 “수로가 당초 예성강 하구쪽으로 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 보니 남쪽(한강·임진강쪽)으로 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성강 하구 지역은 개성공단에서 약 20㎞ 떨어진 곳으로, 위치에 따라서는 맨눈으로 개성공단이 보이는 요충지다.

이 관계자는 “조사해 보니 북측에서도 예성강 하구는 준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짐짓 남측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과거 고려 시대에는 예성강에서 개성까지 배로 많이 드나들었을 텐데, 65년간 방치하다보니 홍수가 나면 또 수로가 바뀔 것으로 예측이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남북이 처음으로 개략적인 조사를 했지만, 홍수 이후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한강 하구에 대해 10%가량 알게 됐다”며 “통일부·국방부와 앞으로 조사에 관한 부분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규모의 선박을 대상으로 이곳 항행을 허용할지는 다음 달 해도가 나오고, 항행규칙을 만들어야 알 수 있다”며 “그다음 큰 배가 지나갈 때 지장을 주는 암초를 제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경기도 파주시 만우리에서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까지 수역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물속 위험물인 암초 21개를 발견하고, 그 위치와 대략적인 크기도 확인했다.

▲이들 암초의 폭은 150·200m 등으로 다양하고, 개중에는 220m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는 빠른 조류 때문에 남북 조사단 사이에 빚어진 해프닝도 공개됐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장비가 물살에 떠내려갔는데, 북측에서는 이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5천만원이 넘는 조석 관측용 부이가 4∼5일 만에 분실됐다”며 “북측에서는 자기들이 훔쳐갔다고 우리가 생각할까 봐 밤새 노심초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자기네 모든 초병에게 그 부이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며 “결국 물살에 끌려간 이 부이는 이틀 만에 찾아냈다. 비싼 장비라 훔쳐갔으리라 오해를 살까 봐 북측서 가슴을 졸였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 3일간 우리가 관측·측량 처리 결과를 보여주니 북측이 그날부터 신뢰해 이후 잘 진행됐다”며 “좋았던 것은 북측과 언어가 통해 소통이 잘 됐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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