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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방 문 앞에 선 ‘법관의 별’… 사법부 치욕의 날

감방 문 앞에 선 ‘법관의 별’… 사법부 치욕의 날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12-06 17:40
업데이트 2018-12-0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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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한날한시 영장실질심사

‘사법농단’ 질문에 묵묵부답 법정 들어가
혐의 대부분 양승태 前대법원장 향해
朴·高 영장, 사실상 ‘양승태 영장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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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오른쪽·61·사법연수원 12기) 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오른쪽·61·사법연수원 12기) 전 법원행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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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
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퇴임한 지 1~2년여 만에 다시 법원 입구에 선 두 전직 대법관들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5분 간격으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이 도착했다. 까마득한 후배 판사 앞에서 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는 나란히 서울구치소로 옮겨져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대법관을 지낸 최고위 판사가 푸른 수의를 입느냐 기로에 놓인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연달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두 명이 법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날한시에 영장심사를 받았으니 사법부로서는 또 하나의 흑역사를 얻게 된 셈이다.
 박 전 대법관의 심문은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임민성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정도 진행됐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4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강제징용 소송 과정에서 관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데, 박 대법관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며 당시 만남이 강제징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 심문은 321호 법정에서 3시간 30분가량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고 전 대법관은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보고했다”며 박 전 대법관의 후임인 자신은 관여도가 낮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재판개입 의혹 등 일부 사실관계가 뚜렷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본 법원의 표정은 온종일 침울했다. 구속은 사법부의 굴욕이요, 기각은 제 식구 감싸기인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질심사를 마친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법원은 국민이 희망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며, 대법관은 바로 그런 권위의 상징”이라면서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 중 상당수는 법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꺾은 장본인이 바로 권위의 상징이었던 대법관들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8-1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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