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본 중정
최세일 한건축 대표
건축주의 세부 요구 사항은 이랬다. 중정을 두고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나중에 사무실로 쓸 수 있으니 외관이 너무 주택 같지 않게 디자인할 것, 두 형제가 어머니를 모시는 3세대 주거 형태이며 외부 공간이 풍부했으면 좋겠고, 거실은 두 개 층 높이로 디자인할 것, 두 가족이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 분리가 됐으면 좋겠고 가족 구성원 외에 방이 하나 정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승강기 박스를 미리 만들어 두고 싶다, 옥상 정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 어머니가 제일 많이 쓸 옥상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등이었다.
정방형 평면 가운데 위치한 중정이 다양한 역할을 한다. 작은 정원과 빛 우물, 증정을 둘러싼 복도에 나서 소통의 공간까지. 1층에는 방 2칸에 가족실 겸 미니 주방이 하나 있다. 메인 주방과 거실은 2층에 있지만,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했다. 출입 역시 2층으로 진입하는 메인 현관과 별개로 만들었으며 내부 계단으로 2층과 연결된다. 처음부터 두 형제의 독립과 다른 용도의 사용을 고려한 사무공간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은 건축주의 서재 겸 작업실 공간, 응접실의 기능으로도 훌륭하다. 이른바 사랑채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은 거실, 주방, 식당과 어머니 방, 여분의 방이 하나 있다. 어머니 방과 거실 사이에는 작은 외부 공간이 하나 있어 ‘ㅁ’ 자로 막힌 공간에 숨통을 텄다. 거실은 3층까지 트여서 3층 복도에서 2층의 거실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면적이 넓은 거실은 아니지만 높은 층고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이곳이 이 집의 중심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실의 중정 맞은편은 주방 식당이다. 인접 대지 쪽은 이웃집과의 공간이 협소해 환기 위주의 창이 있고 중정으로의 채광만으로 충분히 밝다. 거실과 중정을 사이에 두고 있어 대나무 사이로 서로 살필 수 있고, 식사 준비가 끝나면 거실에 있는 식구들을 손짓으로 부를 수 있다. 3층은 아이들 방과 부부의 침실이 있다. 부부의 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는 마당이 하나 있으며 마당에 나가면 멀리 관악산까지 트여 있어 현재는 그네 겸 흔들의자를 만들어 놓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거실 상부의 복도는 양면이 트여 있어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한쪽은 중정의 커튼월이고 한쪽은 2층의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옥상은 전체가 정원이다. 장독이 있고 고추 널고 빨래 널기 좋은 마당이다. 다른 층에서는 중정으로 하늘을 보지만 옥상 정원에서는 중정을 통해 집안과 마당의 바닥이 내려다보인다.
유리면이 많아 열효율이 높은 자재로 열 교환 장치와 기계 환기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잡았으나 한여름에 햇볕이 잘 드는 부분은 보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볼수록 더 애정이 가는 집이다.
2018-12-0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