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업무 외주화로 KT엔 기술자 전무… 협력업체 직원들만 지하구 속 고된 작업

입력 : ㅣ 수정 : 2018-11-30 08:59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흰 안전모 쓴 KT 직원은 밖에서 지시
12시간씩 작업해도 시중임금 절반 뿐
대부분 일용직… “시중단가 70%라도”
동케이블은 완전복구까지 오래 걸려
KT 협력업체 직원들이 29일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에 탄 지하구 속에 들어가 통신 선로 보수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협력업체 직원들뿐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KT 협력업체 직원들이 29일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에 탄 지하구 속에 들어가 통신 선로 보수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협력업체 직원들뿐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KT가 아니라 KT 회선을 쓰는 시민을 위해 최대한 빨리 복구하고 싶어요.”

‘통신대란’을 유발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KT의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통신 선로 가설 및 보수 업무를 외주화한 KT에는 관련 기술자가 없기 때문이다. KT 로고가 찍힌 하얀 안전모를 쓴 KT 직원들은 밖에서 지시를 하고 있었고, 협력업체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불에 탄 지하구 속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

협력업체 직원 A씨는 “KT에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그들이 지시하는대로 무조건 빨리 복구해 주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터넷과 무선전화 등은 99% 정도 복구됐다. 35년차인 A씨는 하루 12시간씩 나흘째 작업에 투입됐다.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 때 복구 작업에 투입된 뒤 18년 만에 다시 통신구 화재 복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 B씨는 “여의도 화재 당시에는 KT(당시 한국통신) 직원인 케이블 매니저가 많았고, 외주 협력업체는 몇 명 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90% 이상이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복구 노동자들에 따르면 화재 이후 KT는 수도권에 있는 70여개 협력업체에 복구 협조를 요청했다. 협력업체는 강북망, 서부망, 강남망으로 나뉘는데 화재 발생 당일에는 강남망 협력업체까지 현장에 왔고, 지금은 강북망에 있는 협력업체 23곳이 주간과 야간 4개 팀으로 번갈아가며 한 번에 20~30명이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복구 작업은 선을 외부로 빼는 ‘가복구’이기 때문에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C씨는 “특히 구리선인 동케이블은 부피가 커서 복구가 더 어렵다”며 “이 선 일부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유선전화 등과 연결이 된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대개 덤덤했으나 자신의 계약 조건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흔들렸다. C씨는 “시중 노임단가 28만원의 50~60%만 받고 있다”며 “협력업체 사장들은 원도급에서 공사금액 자체를 줄이니까 자기들도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고 답답해했다. KT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 임금은 협력업체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그것까지 저희가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당으로 살아가는 일용직이다보니 복지나 상여금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주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전국 KT 하도급업체 53곳의 노동자 21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나이가 56세인데도 2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23명(10.9%)에 불과했다. B씨는 “지상과 지하에서 20㎏ 가까이 되는 연장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면 교통사고도 나고 전신주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며 “시중 노임단가의 70%라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11-30 2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