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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檢수사 제대로 했다면 짐승의 삶 살지 않았을 것”

“30년 전 檢수사 제대로 했다면 짐승의 삶 살지 않았을 것”

이근아 기자
입력 2018-11-27 22:14
업데이트 2018-11-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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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들 문무일에게 토로…국회 계류 특별법 제정·검찰 개혁 요구도

형제복지원 피해자 앞에서…검찰 수장의 눈물
형제복지원 피해자 앞에서…검찰 수장의 눈물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종선씨 등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30여명 앞에서 사과문을 읽던 중 흘린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문 총장은 “검찰이 인권침해의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면서 “피해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불행한 상황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2년간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3000여명이 시설에 불법 감금돼 강제 노역과 구타, 학대 등에 시달린 사건이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검찰이 1987년에 수사를 정확히 하고 제대로 밝혀 줬다면 30년 동안 짐승의 삶을 강요받으며 살아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문 총장은 사과문을 읽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문 총장이 과거사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지난 3월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예정 시간인 오후 3시보다 20여분 일찍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교육실에 도착한 문 총장은 피해자 3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문 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군사정권 시절 최대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고아, 장애인 등 3000여명이 시설에 불법수용돼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 학대 등에 시달린 사건이다. 일부 수용자들의 집단 탈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으나 폭행, 사망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박인근(2016년 사망) 형제복지원장은 특수감금과 횡령 혐의로만 기소됐고, 법원에서는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최근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피해자 김대우(48)씨는 “형제복지원 때문에 부모도 다 잃고 배움도 짧아 한스럽다”면서 “피해 생존자들 모두 외로이 살아야 했다. 제대로, 올바르게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문 총장은 고개를 숙인 채 참담한 표정으로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경청했다. 피해생존자모임의 한종선 대표는 “가해를 저질렀던 사람이 진정한 사과를 하겠나. 선배가 잘못한 걸 후배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진정한 진상 규명으로 처벌이라도 똑바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 생존자들은 국회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과 검찰 개혁도 요구했다. 이들은 “검찰의 비상상고 결정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한을 풀 수 있도록 특별법 통과를 끝까지 책임져 달라”고 말했다.

공식 행사 뒤 문 총장은 피해자들과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대표는 “한 번 더 문 총장이 사과 말씀을 전달했다”면서 “피해로 인해 내 감정이 재단돼 있어 기쁨 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오늘 문 총장이 와 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8-1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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