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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부작용의 긍정적인 효과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부작용의 긍정적인 효과

입력 2018-11-26 23:08
업데이트 2018-11-2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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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스트레스, 기후 등의 영향으로 이른 나이부터 머리숱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5년간 탈모 증세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진료비는 2012년 207억원에서 2016년 268억원으로 30%가량 증가했다. 건보공단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두발 관리 제품을 활용하는 환자까지 합하면 국내 탈모 환자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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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현대인의 탈모는 노화나 유전적인 요인뿐 아니라 각종 환경오염, 업무 스트레스, 식생활 변화에 따른 호르몬 분비 이상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탈모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녹내장’이 탈모치료제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탈모와 녹내장은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녹내장이란 눈으로 들어오는 빛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점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방치하면 실명에 이르는 안과 질환이다. 그런데 녹내장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제 중에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점안제가 있다. 이 약을 사용하다 보면 눈 주위가 검게 착색되고 속눈썹이 자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실제로 녹내장 약을 오래 사용한 사람 중에 눈 주위가 검게 변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부 연구자가 이 약의 부작용인 속눈썹 발모에 착안해 ‘속눈썹 증모제’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속눈썹 발모를 넘어 탈모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약의 부작용을 이용해 개발한 약으로 ‘비아그라’를 빼놓을 수 없다. 비아그라의 탄생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한 글로벌 제약사 연구진은 ‘PDE-5 효소’를 억제하면 관상동맥이 확장돼 협심증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을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다. 부작용으로 발기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불리는 비아그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부작용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특히 의학에서는 약이나 수술과 같은 처치에 의해 그 본래의 작용 이외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작용을 의미하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대다수 연구진은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날 때 당황하고 연구 실패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부작용에 주목할 때 의외의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효과를 나타낼 때가 종종 있다. 과학 연구의 빛나는 결과들은 의외성과 우연성에 기댄 사례가 많다. 정말 행운인 셈이다. 그래서 부작용의 ‘부’는 ‘아닐 부’(不)가 아니고 ‘버금 부’(副)인 것이다.
2018-11-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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