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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에게 애교 떨고 치킨 얻어 먹나… 여혐 기업 총공격”

“여자는 남자에게 애교 떨고 치킨 얻어 먹나… 여혐 기업 총공격”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1-19 22:16
업데이트 2018-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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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BHC·스벅·공차 불매 운동 왜

‘치킨 사줄 사람 없는 여성분 필독’ 부터
‘매장 민폐 사례에 여성 캐리커처’ 까지
매달 두 곳 선정…해당기업 피드백 요구
“적극적 투쟁 의미…기업 인식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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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일부 여성카페 회원들이 ‘여성 비하’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광고를 한 기업을 ‘여성 혐오 기업’으로 지목하고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올 한 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거세게 일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여성 혐오’의 잔재가 상당히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일 여성 전용 A 인터넷 카페 등에 따르면 전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가 여성들의 총공(총공격) 대상이 됐다. 주최 측은 국민신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BHC의 여혐 실태를 알리고 피드백을 요구할 것을 카페 회원들에게 독려했다. BHC 본사에 비판의 내용을 담은 엽서를 일제히 보내는 방식도 동원됐다. 또 한 달간 불매 운동을 펼치자는 제안도 담겼다.

BHC는 과거에 냈던 광고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겨 있었다는 이유로 타깃이 됐다. 이 업체는 2015년 공식 SNS 계정에 ‘뿌링클 사 줄 사람 없는 여자분들 필독하세요. 이 문장(나꿍꼬또, 뿌링클 멍는 꿍꼬또)을 매일 밤 20번씩 연습하세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성을 항상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지난달부터 여성 혐오 기업 두 곳을 선정한 뒤 ‘여성 혐오 기업 총공’이란 이름으로 매달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정 요일에 특정 기업을 향해 집단으로 항의하며 답변을 요구하고, 한 달 동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방식이다.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카페에서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카페에서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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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어장관리를 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여성을 어장관리를 하는 존재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카페 캡처
지난 4일에는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공차’, 지난달 7일에는 스타벅스, 21일에는 조선일보가 과녁이 됐다. 공차는 2013년 여성은 어장관리를 하는 존재라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는 지난해 ‘고객과 파트너가 행복한 스타벅스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장 내 민폐 사례를 설명하면서 진상 고객을 모두 여성으로 표현하고, 영수증을 챙기는 ‘개념 고객’은 남성으로 그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조선일보는 “워마드(남성 혐오 사이트)가 일베(여성 혐오 사이트)보다 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는 점 때문에 리스트에 올랐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활동 범위가 점차 넓어진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세상을 직접 바꾸려는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4월 1일부터 8일까지 국내 광고 457편을 조사해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광고 36편(7.9%)을 적발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광고가 많았다”면서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해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기업들이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차 측은 “옥외광고의 부적절한 문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즉각 광고를 중단했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성차별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제가 된 캠페인은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1-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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