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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는 없다, 수능 대박”…미세먼지도 못 막은 응원전

“재수는 없다, 수능 대박”…미세먼지도 못 막은 응원전

신성은 기자
입력 2018-11-15 09:26
업데이트 2018-11-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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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고사장 인근 응원 열기로 ‘후끈’“

고3 수험생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11월의 응원전’은 올해도 치열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서울 시내 수능 고사장 앞은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

비록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4.7도까지 떨어져 꽤 쌀쌀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 수준으로 예보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고사장에 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사장 앞은 북과 꽹과리를 치고 함성을 지르는 학생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또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해 수험생에게 핫팩 등을 나눠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안쓰러운 듯 포옹하고 격려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표정에서 긴장한 기색이 묻어났다.

◇ ‘수능 대박’, ‘재수 없다’ 올해도 응원전 후끈

용산구 용산고 앞은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간인데도 고등학생 응원단 70여명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위해 응원전을 펼쳤다.

배문고, 경복고, 환일고, 성동고 등 인근 학교 1·2학년 학생들의 함성은 교문 100∼200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일부는 ‘수능 대박’, ‘재수는 없다’ 등 응원 메시지를 담은 팻말을 들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선배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종로구 경복고 앞에서는 환일고, 배문고, 성동고 등 각 고등학교 학생 140여명이 학교 현수막 아래 모여 각 학교 대항전처럼 교가를 이어 불렀다.

학생들과 함께 응원에 나서 고교 담임 교사들은 재학생이 지나가면 일일이 포옹하고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경복고 앞에서 만난 성동고 1학년 학생인 서정원(16) 군은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늘 새벽 5시 반에 나왔다”며 “응원전에 함께할 친구들을 모집하고 준비하는 데만도 1주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용산고 앞에서 만난 환일고 1학년 김철현(16) 군은 “아직 수능을 보려면 2년이나 남았지만, 응원을 나와보니 내가 다 떨린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선배님들이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막대 풍선을 들고 응원에 나선 서울사대부고 윤혜빈(17) 양은 “수능장 분위기도 볼 겸 응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며 “내년에 제가 수능 칠 때도 후배들이 이렇게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고사장을 찾은 아이돌 스타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7시 25분께 창문여고에는 그룹 이달의소녀 멤버인 전희진이 도착했다. 전희진은 “준비한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겠다. 멤버들이 잘 보고 오라고 새벽에 간식이랑 도시락도 열심히 싸줬다”며 “다른 수험생분들도 떨지 않고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 “내가 더 떨려” 애끊는 부모 마음

이른 아침 고사장을 함께 찾은 학부모들은 입실하는 자녀들이 시험에 차분하게 임할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귀엽다는 듯 웃어 보이다가도 수험생활로 고생한 자녀 생각에 곧 울음을 터트릴 듯 눈시울이 붉어지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창문여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여)씨는 교문 안으로 들어간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박씨는 “아들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사실 내가 더 긴장한 것 같다. (아들이) 짠하기도 하고 참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속 편해지라고 계란찜이랑 죽을 좀 해줬고 보온병에는 숭늉을 담아줬다”고 했다.

역시 창문여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딸과 함께 나온 장모(여)씨는 “오늘이 딸 생일이라 도시락으로 미역국을 싸줬다”며 “딸이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시험 때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진다지만 우리 집은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저녁에는 딸이 먹고 싶다는 샤부샤부를 먹고 생일 파티도 할 계획”이라면서 “사실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의도고에서 만난 학부모 안모(51)씨는 “아들이 입시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싶어 마음이 안쓰럽다”며 “부디 아들이 마음 편히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사실 시험 전 아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는데 사내 녀석이라 싫어할까 봐 그러질 못했다”며 “시험이 끝나면 고생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입실이 마감되고 교문마저 닫힌 8시 30분 이후에도 고사장 인근을 떠나지 못하고 두손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서초고에서 만난 학부모 신모(51·여)씨는 “개포동 금강선원에 기도하러 가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아들이 고생한 보람이 있도록 평소 실력대로만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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