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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원장이 정부지원금으로 명품백 사는 건 죄 아니다? 현행법상 ‘유치원=학교’ 영리 목적으로 운영 못 해

[사립유치원 비리] 원장이 정부지원금으로 명품백 사는 건 죄 아니다? 현행법상 ‘유치원=학교’ 영리 목적으로 운영 못 해

유대근 기자
입력 2018-11-14 23:10
업데이트 2018-11-15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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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유재산 주장하는 한유총

유치원 설립 때 ‘재산사용 동의서’ 제출
교육부 “공적사용료 인정할 근거 없어”
국회서 열린 한유총 정책토론회
국회서 열린 한유총 정책토론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과 설립자들이 14일 오전 한유총 주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란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토론회에는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일부는 바닥에 앉아 참관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정부지원금으로 (유치원 원장이) 명품백 사는 건 죄가 아니다.”(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현 전 원장의 주장이다. “정부 지원금(누리과정 예산)은 학부모에게 주는 돈이기 때문에 이를 받은 사립유치원이 어디에 쓰든 자유”라는 논리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 실상이 담긴 감사 결과 보고서가 실명 공개된 뒤 들끓었던 여론과는 판이한 인식이다. 하지만 현장에 모인 약 1000명의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등은 공감한 듯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들이 거듭 주장해 온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를 정면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관했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주최자로 나섰고 같은 당 최교일·김순례·정양석 의원 등도 참석했다. 경제학자인 현 전 원장과 법조인인 박세규 변호사, 김주일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를 발제자로 섭외해 한유총 지도부의 속내를 대신 말해 달라는 취지로 보였다. 사립유치원이 공금을 제대로 쓰도록 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맞선 한유총 측 주장은 사실 간명하다.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현 전 원장은 “정부의 유치원 정책은 헌법에 명시된 경제자유와 개인 재산권 보호를 침해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의 핵심은 공적사용료(시설사용료) 인정이다. 개인 소유 유치원은 설립자의 땅과 건물을 활용하는 데다 설비에도 설립자가 많게는 수십억원씩 투자한 만큼 유치원 공금에서 매달 임대료를 받게 해 달라는 얘기다. ‘유치원 설립자=영리사업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적지 않은 사립유치원들이 설립자에게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줬다가 감사 때 적발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공적사용료 인정 주장을 일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무법인 등 5곳에 법률자문을 구해 봤는데 모두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현행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상 ‘학교’이기 때문에 임대료 수익 등 영리 목적을 바라고 운영할 수 없으며, 설립자들도 이를 알고 교육청 인가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땅이나 건물을 가진 소유주가 사립유치원을 설립할 때 교육청에 ‘재산사용 동의서’를 내야 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땅과 건물을 교육기관(유치원)으로 사용하는 동안에는 임대·매매 등을 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으면 설립을 허가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원장 등을 직접 맡아 연봉으로 많게는 수억원씩 받고 있기에 “유치원 설립 때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유치원은 면세 혜택도 누리고 있다.

사립유치원 설립자에게 교육자로서 책임감을 요구하는 정부·여론과 수익에 마음 두는 설립자 간 입장 차는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사회적 압박이 계속되면 유치원 간판을 떼고 유아 대상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 등으로 옮겨 가는 사례가 늘 수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교육부가 자율적으로 문을 닫지도 못하게 막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유아지원계획에 따라 적법 절차만 따르면 당연히 폐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11-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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