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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회사원, BTS 공연장 앞에서 ‘혐한 반대’ 외친 이유는

일본의 회사원, BTS 공연장 앞에서 ‘혐한 반대’ 외친 이유는

강경민 기자
입력 2018-11-14 14:42
업데이트 2018-11-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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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주변서 ‘혐한’맞서 ‘카운터 집회’ 연 다니후지 씨 인터뷰혐한시위 소식 듣고 퇴근후 달려와…“혐한, 지민 T셔츠 공격 재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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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장 앞에서 ‘혐한 반대’ 외친 일본 회사원
BTS 공연장 앞에서 ‘혐한 반대’ 외친 일본 회사원 13일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린 도쿄도 분쿄(文京) 도쿄돔 공연장 인근 수이도바시(水道橋)역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혐한 1인시위를 벌이는 우익 인사 앞에서 카운터 집회를 열고 혐한(嫌韓) 발언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여성은 회사원 다니후지 리쓰코(여?50) 씨. 2018.11.14 연합뉴스
13일 방탄소년단의 도쿄 공연이 열린 도쿄돔에서 수백m 떨어진 수이도바시(水道橋)역 앞에서는 혐한(嫌韓)시위와 이에 맞서는 ‘카운터 집회(특정 집회에 대해 반대를 표하기 위해 열리는 집회)’가 함께 열렸다.

‘양이’(攘夷·외국인을 배척한다)라고 쓰인 깃발을 든 채 대형 스피커를 가지고 나타난 극우 인사가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을 험담하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땅’이라며 망언을 퍼붓자,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한일우호’, ‘차별선동 거리선전에 NO’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혐한시위에 맞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지 말라고 외치는 ‘카운터 집회’를 벌인 것이다.

카운터 집회 참가자들이 가져온 스피커에서는 “외국인이나 특정 민족을 차별하는 선동이 행해지고 있다”, “지금 (혐한)발언을 하는 사람은 이런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혐한 반대’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평범한 일본인들이다.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각자의 터전에 있다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혐한시위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모였다.

이들 중 다니후지 리쓰코(50)씨는 트위터에서 혐한시위 소식을 듣고 퇴근하자마자 공연장 앞으로 달려와 혐한시위가 끝날 때까지 카운터 집회를 열었다.

그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서 혐한시위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스마트폰으로 혐한시위를 기록해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수이도바시 역 앞에 왔다”며 “그랬다가 다른 카운터 집회를 통해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집회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니후지 씨는 카운터 집회에 대해 “한국인을 보호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이에 앞서 일본에서 일어나는 차별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혐한시위는 일본 사회의 문제고, 일본인도 당사자”라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가 혐한 시위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 카운터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카운터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혐한 시위를 하는 우익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카운터 집회에 참가할수록 자신의 행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더 알게 됐다.

그는 이날 열린 혐한 시위에 대해 “(우익 시위자가) 긴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일관성도 없고 논리도 없는 발언”이라며 “괴롭히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장 앞에서 집회를 열기는 했지만 그는 사실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팬심’에서가 아니라 우익들이 방탄소년단을 이용해 혐한 시위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현장에 나왔다는 설명이다.

다니후지 씨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과거 입었던 티셔츠에서 불거진 일본 내 ‘방탄소년단 때리기’ 분위기에 대해 “우익들이 과거에 (지민이) 입었던 티셔츠를 차별하고 공격하는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일본에) 와서 공연해 일본의 팬들이 행복해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가 정치적으로 미묘한 상황이지만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행복을 공유하면서 교류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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