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열린세상] 혁신성장, 규제완화에서 더 나아가 시장 조성을/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혁신성장, 규제완화에서 더 나아가 시장 조성을/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8-11-11 17:34
업데이트 2018-11-11 17:3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제가 좋지 않다. 최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꺼번에 교체됐는데, 이유야 많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세계경제 등 주변 여건에 따른 일시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 한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미지 확대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을 주요 경제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혁신성장은 새로운 기술, 산업, 기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으며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혁신성장 전략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그것이다. 정책 지원 대상이나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개척한다는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해 규제완화를 강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수많은 사례를 통해 제시됐다. 장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규제완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사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완화를 강조한 것은 그 이전의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20년 전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현재의 경제활동을 방해한다면 고치거나 없애는 게 맞다. 미래의 경제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규제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규제를 없애고 바꾸었는데도 여전히 규제개혁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면 이것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규제개혁의 시늉만 냈거나 게을리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혁신성장을 위해 제시할 수있는 정책 방안이 별로 없어서 규제완화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혁신성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규제완화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물론 기존 규제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겠냐마는 정부의 역할은 규제완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을 조성하는 데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산업을 여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뛰어놀라는 허락을 받았어도 뛰어놀 곳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정부가 부쩍 강조하는 데이터 경제의 예를 들어 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불리는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규제완화, 재정지원 등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장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의 기초를 닦는 일은 지지부진하다. 우선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는 정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정보의 보호·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들 수 있다. 한국의 데이터 관련 산업이 낙후된 것은 정보 관련 법규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분산돼 있는 데다 중복·유사 조항이 많아 법 적용이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개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를 감독하는 정부 부처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곳으로 분산된 것도 문제다. 감독 당국을 일원화하거나 보다 효과적인 체계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의 소유권 또는 이용권을 정함으로써 데이터 시장의 기초를 닦으려는 시도를 찾기도 어렵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티롤 교수에 따르면 향후 경제에서는 데이터가 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이 될 것이므로 데이터의 소유권 및 이용권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물론 데이터의 소유·이용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경우에 얼마만큼의 권리가 기업에, 또는 소비자에게 귀속되는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해답을 내리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데이터 강국’의 슬로건은 이들과 어깨를 견주거나 더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2018-11-12 30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