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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쓰레기’는 잘못된 말” 소송은 각하됐지만…법원 “타당한 제안”

“‘재활용쓰레기’는 잘못된 말” 소송은 각하됐지만…법원 “타당한 제안”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11-12 06:00
업데이트 2018-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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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재활용 쓰레기’라는 용어는 잘못된 표현이니 사용하면 안 된다며 한 시민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안 된다며 각하 결정을 했지만 “타당한 제안”이라며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밝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변모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부적절 용어 사용금지’ 소송에서 “행정소송법상 의무이행소송은 허용되지 않아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며 각하로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의 절차나 요건에 흠결이나 부적법한 사유 등이 있을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변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스마트 불편신고’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서울시에 “시내 도로변에 비치된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쓰레기’라고 표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재활용품’과 ‘쓰레기’라는 단어가 의미상 서로 어울리지 않고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쓰레기’라는 낱말을 써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잘못 생각해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재활용쓰레기’라는 단어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민원 내용을 검토했지만 ‘재활용품’과 ‘재활용쓰레기’ 모두 폐품의 의미를 갖고 있고 ‘재활용품’은 폐품을 사용해 만든 물품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면서 “전문가 검토를 거친 개방형 한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이 있어 실생활에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자신의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변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 사용을 금지해줄 것과 기존에 ‘재활용쓰레기’로 표기하던 것을 ‘재활용품’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변씨의 소송은 의무이행소송에 해당해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현행 행정소송법으로는 법원이 국가에게 민원인의 요청대로 처분을 내리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의무이행소송’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제안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어 보여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임을 밝혀둔다”며 변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재판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해 ‘재활용품’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품 또는 그 폐품을 사용해 만든 물품’으로 ‘쓰레기’와는 의미가 구분돼 의미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일반적으로 악취, 오물 등을 떠올리게 하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쓰면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고 재활용품을 버릴 때에도 오염된 상태 그대로 버려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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