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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경찰이 닭입니까”

“총리님, 경찰이 닭입니까”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0-31 22:44
업데이트 2018-10-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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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버스 교체 제안때 ‘닭장차’ 표현…경찰들 “기동대 사기 떨어뜨렸다” 반발

“총리님, 경찰이 닭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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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공식석상에서 경찰버스를 ‘닭장차’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경찰관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이 총리는 지난 24일 ‘제54회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경찰버스를 경유버스에서 수소버스로 교체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면서 경찰버스를 ‘이른바 닭장차’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제73주년 경찰의 날’ 행사를 하루 앞두고 이런 ‘설화’가 벌어지면서 현장 경찰관들이 느끼는 자괴감도 더욱 커졌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31일 “국무총리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줄 몰랐다”면서 “경찰에 대한 평소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연일 계속되는 집회·시위에 동원되면서 피로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동대 직원들을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폄하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버스가 닭장차라면 경찰은 닭이냐”, “총리가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 작정했느냐”는 등의 반발도 빗발쳤다.

경찰이 ‘닭장차’라는 표현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표현이 ‘짭새’와 함께 경찰 신분과 경찰의 삶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닭장차’는 ‘죄수 등을 태우기 위해 철망을 둘러친 차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즉 경찰버스에 탑승한 경찰을 범죄자와 똑같이 본다는 점에서 분노했던 것이다.

경찰은 1980년대 이후 시위대가 던지는 화염병, 돌 등으로부터 버스를 보호하고자 유리창에 철망을 부착했다. 그때만 해도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경찰버스를 ‘닭장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말이 경찰에겐 비수가 됐다. 경찰은 오명을 벗기 위해 여러 차례 철망 제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폭력 시위가 잇따르면서 다시 철망을 장착했다.

이후 폐쇄적인 이미지로 시민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2008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철망을 떼어내고 강화 필름을 부착했다. ‘경찰버스=닭장차’라는 인식이 희미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이 총리의 발언으로 ‘닭장차’ 논란이 10년 만에 재점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1-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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