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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유대’ 무차별 총격… 혐오범죄로 얼룩진 美 중간선거

‘反유대’ 무차별 총격… 혐오범죄로 얼룩진 美 중간선거

최훈진 기자
입력 2018-10-28 23:10
업데이트 2018-10-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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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거주 40대 백인 우월주의자

“모든 유대인 죽어야 한다” 총기 난사
안식일 예배 중 11명 사망 ‘최악 참사’

민주당 총기 규제 목소리에 힘실릴 듯
백악관, 경찰배치·조기게양 신속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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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네오나치를 신봉하는 40대 남성이 벌인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트리 오브 라이프’ 인근에 수백명이 촛불을 들고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피츠버그 A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네오나치를 신봉하는 40대 남성이 벌인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트리 오브 라이프’ 인근에 수백명이 촛불을 들고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피츠버그 AP 연합뉴스
“미국이 증오로 가득 찬 한 주를 보냈다.”

백인우월주의를 신봉하는 40대의 ‘네오나치’ 남성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에서 안식일 예배를 보던 유대인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경찰 등 6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경찰과 대치 끝에 총상을 입고 체포된 총격범 로버트 바우어스(46)는 극우 성향이 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갭’에 활발하게 글을 써 온 반(反)유대주의자로 알려졌다. 이번 총기 난사는 다음달 6일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생한 데다, 미국 내에서도 역대 반유대주의 범죄 가운데서도 인명 피해가 가장 커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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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우어스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유대인 밀집 지역인 앨러게이니 카운티의 ‘트리 오브 라이프’ 시너고그에 AR15 자동소총 1정과 권총 세 자루를 들고 난입했다. 평소 문이 잠겨져 있는 시너고그가 유대교 안식일인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45분 예배를 위해 미리 문을 열어 놓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는 건물 옆문으로 들어가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수분 동안 총기 난사를 자행했다. 당시 현장에는 최소 60명의 유대인이 최근 태어난 아이의 명명식을 하고 있었다.

불과 20분 만에 11명을 살해한 바우어스는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뒤 체포됐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이날 저녁 “범인을 증오 범죄와 총기법 위반 등 29개 혐의로 기소했다”면서 “인종 증오 범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엄중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우어스는 본인 명의로 총기 21정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전과는 없었다.

그는 범행 전 소셜미디어에 “‘히브리 이민자 지원협회’(HIAS)는 우리 국민을 죽이는 침략자들을 들여오길 좋아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내 국민이 살육당하는 걸 지켜볼 수 없다”면서 “나는 들어간다”고 적었다. HIAS는 1881년 러시아와 동유럽을 탈출한 유대인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현재 전 세계 난민의 미국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또 바우어스의 ‘갭’ 계정에는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는 글과 함께 ‘1488’이라고 적힌 속도측정기 사진도 게시돼 있다. 백인우월주의 슬로건 단어 수를 가리키는 ‘14’와 네오나치를 상징하는 숫자 ‘88’을 조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최대 유대인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 “유대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2016년 반유대주의 사건은 684건으로 다른 종교 증오범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강조했다.

거칠고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건이 유대인 사회를 자극할 뿐 아니라, 총기 규제에 적극적인 민주당이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 사악한 반(反)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백악관 등 미국 공공기관에 오는 31일까지 성조기를 조기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10-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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