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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폭탄 소포’… 美 중간선거 흔들다

동시다발 ‘폭탄 소포’… 美 중간선거 흔들다

입력 2018-10-25 23:10
업데이트 2018-10-2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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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로버트 드니로·CNN 등 최소 8곳

FBI “사제 파이프 폭탄…국내 테러일 듯”
反트럼프 향한 ‘테러협박’에 공화당 긴장
트럼프 ‘정치적 폭력’ 규정… 후폭풍 차단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뉴욕지국이 있는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폭발물이 담긴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전부 건물 밖으로 대피한 가운데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뉴욕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맨해튼 로이터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뉴욕지국이 있는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폭발물이 담긴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전부 건물 밖으로 대피한 가운데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뉴욕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맨해튼 로이터 연합뉴스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와 미디어를 향한 동시다발적인 ‘폭탄 소포’가 배달된 사건으로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이번 폭탄 소포 사건이 정치 테러로 규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10여일 남은 내달 6일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도 커 백악관과 공화당,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헤지펀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민주당 인사 3명, CNN 뉴욕지국까지 최소 8곳에 폭탄 소포가 배달됐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앞으로 보내진 수상한 소포를 현재 추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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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  AFP 연합뉴스
로버트 드니로.
AFP 연합뉴스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에게도 우편 폭발물이 보내졌다. 폭발물 소포가 배달된 이들은 백인 민족주의 진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이 비판하던 인물들이다.

CNN 등에 따르면 25일 새벽 로버트 드니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더트라이베카 그릴’에 파이프 폭발물이 들어 있는 노란색 포장지의 소포가 배달됐다. 비슷한 형태의 폭발물이 배달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와 진보성향 언론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공화당 지지 극우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브렛 캐버노 대법관 성폭행 주장 역풍과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 문제로 공화당 표가 결집하는 상황에서 폭발물 배달이 민주당 지지층을 자극하면서 13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선거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보고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폭발물 배달이 이어짐에 따라 중간선거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FBI는 발견된 폭발물들은 모두 누런 마닐라지(목재 펄프에 마닐라삼을 섞어 만든 종이) 봉투에 담겨 있었다. 또 봉투에 성조기가 그려진 ‘포레버’(forever) 우표 6장이 붙어 있는 정황으로 볼 때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된다. FBI는 “폭탄 소포들은 국제 테러가 아닌 국내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든 우편물에서 발견된 폭발물이 다소 조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이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뉴욕지국에 배달된 종이봉투 속 사제 파이프 폭탄.  CNN 트위터 캡처
CNN이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뉴욕지국에 배달된 종이봉투 속 사제 파이프 폭탄.
CNN 트위터 캡처
배달된 폭탄 소포들은 경호·수사당국이 사전에 차단해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지만 이른바 ‘반트럼프’ 진영을 향한 ‘테러 협박 시도’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화·민주 양당은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규탄하고 나섰다. 폭발물의 표적이 민주당에 집중된 탓에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수록 공화당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은 서둘러 이번 사건을 ‘정치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하는 등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도 미국 내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0-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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