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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만난 위안부 할머니 기억한 프란치스코 교황

4년 전 만난 위안부 할머니 기억한 프란치스코 교황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8-10-18 22:45
업데이트 2018-10-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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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에게 금색 나비 배지 건네받는 교황
위안부 할머니에게 금색 나비 배지 건네받는 교황 프란치스코(왼쪽 두 번째)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을 위해 입장하면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 하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의 상징인 금색 나비 배지를 선물로 건네고 있다. 교황은 이를 제의에 부착한 뒤 미사를 집전했다. 2014.8.18
서울신문 DB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에서 4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한 뒤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과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밀양 송전탑·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만나 그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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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을 위해 입장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2014.8.18  서울신문 DB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을 위해 입장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2014.8.18
서울신문 DB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했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제대 맨 앞줄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김복동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금색 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네자, 교황은 그 자리에서 배지를 제의 왼편 가슴에 달았고 그대로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도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며 “오늘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잊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잊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이 전한 노란 리본을 달고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4.8.19
연합뉴스
교황은 할머니들을 보며 전쟁의 잔혹함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할머니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면서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했다”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왼쪽 가슴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리본 배지를 달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만큼이나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각별히 챙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보다 교황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교황은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희생자를 마주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유민아빠 김영오씨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4.8.16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주었고, 방한 마지막날에는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물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자필로 서명한 위로편지를 보냈다.

교황은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드 이들과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며 “이 비극적 사건을 통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한국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인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2014.8.17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인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2014.8.17
AP 연합뉴스
교황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해듣고는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공식 초청장을 보내준다면 무조건 응답하고 갈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일 열릴 때마다 남북 평화를 축원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2014년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에도 남북은 같은 언어를 쓰는 자매이자 형제라며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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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나누는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인사나누는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10.18
연합뉴스
당시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남북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앞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찾아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정에 없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즉흥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한반도에도 언젠가 평화가 찾아와 두 형제·자매는 하나로 뭉칠 것”이라며 “한 형제, 한 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방북요청을 수락했으나 방북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전달해 공식초청장을 교황청에 보내는 등 공식 절차를 밟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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