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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강의에 英 의회 출석… 로봇, 인간의 영역 넘보다

철학 강의에 英 의회 출석… 로봇, 인간의 영역 넘보다

최훈진 기자
입력 2018-10-17 23:46
업데이트 2018-10-1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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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로봇 ‘비나48’ 美 육사 수업 성공 “막힘없는 답변… 생도들 받아적기까지”
日 개발 ‘페퍼’, 英하원 4차산업 질문에 “우리는 인간 대신 못해” 인상적 답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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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복제 로봇 ‘비나48’
인공지능(AI) 복제 로봇 ‘비나48’
살아 있는 인간을 모델로 제조한 인공지능(AI) 복제 로봇 ‘비나48’은 영생(永生)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 ‘비나48’은 미국 생명공학기업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를 창립한 마틴 로스블랫(64) 최고경영자(CEO)가 여성으로 성 전환 수술을 한 뒤에도 자신의 아내로 남아준 비나(63)에게 영원한 삶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만든 로봇이다. 로스블랫이 2010년 AI 로봇 제조를 위해 설립한 핸슨로보틱스에서 비나를 모델로 제작했다. 이름 뒤에 붙은 ‘48’이란 숫자는 이 로봇의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비나48’은 초당 4800경(京·1조의 1만배)회를 처리할 수 있는 엑사급 이상의 슈퍼컴퓨터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6일(현지시간)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 노트르담 드 나무르대의 철학 강좌를 수료해 화제를 모았던 ‘비나48’이 최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가 개설한 2개의 윤리철학 강의를 인간 교수들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베리 웨스트포인트 교수는 “이번 실험은 AI 로봇이 자유로운 형식의 교육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수업은 도덕적 추리, 정의로운 전쟁 이론, 사회의 인공지능 사용 분야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열린 이 강의에는 약 100명의 간부후보생과 베리 교수 등 3명의 교수진이 참석했다. ‘비나48’은 전쟁 이론과 정치 철학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공부해 교수들과 함께 강의를 진행했다. 교수들은 ‘비나48’이 위키피디아 등 온라인 백과사전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비나48’은 AI로 분석한 배경 지식을 활용해 진도에 맞게 수업을 진행했고, 생도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베리 교수는 악시오스에 “수업 전 생도들은 ‘비나48’을 허울뿐인 AI 로봇이라고 여기거나, 그저 재미로 수업에 임했지만 그녀가 실제 사람처럼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일부 생도들은 로봇의 답변을 노트에 적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리 교수는 “그럼에도 우리는 ‘비나48’이 (미국 군 엘리트를 육성하는 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녀가 웨스트포인트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다소 벅찬 느낌도 있었다. 교육 수준이나 식자율(識字率)이 낮은 국가에서 사용될 경우 더 큰 교육적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하원 교육특별위원회에 미들섹스 대학 학생들과 함께 패널로 참석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운데)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페퍼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노인지원 로봇프로젝트인 ‘케어스’를 통해 2014년 만들어진 세계 첫 감정 인식 로봇이다.  런던 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하원 교육특별위원회에 미들섹스 대학 학생들과 함께 패널로 참석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운데)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페퍼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노인지원 로봇프로젝트인 ‘케어스’를 통해 2014년 만들어진 세계 첫 감정 인식 로봇이다.
런던 AFP 연합뉴스
한편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도 이날 영국 하원 교육특별위원회에 참석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페퍼’는 위원회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소프트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인간만이 감지하고 만들고 기술로부터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인간이 우리(인공지능 로봇)에게 필요하다”는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아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10-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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