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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70주년] 항쟁 vs 반란… 끊이지 않는 ‘정명 논쟁’

[여순사건 70주년] 항쟁 vs 반란… 끊이지 않는 ‘정명 논쟁’

기민도 기자
입력 2018-10-17 23:46
업데이트 2018-10-1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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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전·오페라서 ‘항쟁’ 단어 빼라 외압

예술계 “본질 흐려져… 표현 자유 침해”
여수시 “통합 차원 공식명칭 권고한 것”

지난 1월부터 ‘여순항쟁 그림전’을 준비해 오던 박금만씨와 동료 2명은 최근 미술관 전시를 포기했다. 여수시가 ‘항쟁’이 아닌 ‘사건’으로만 표기를 해야 한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다. 여순사건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박씨는 “여수가 반란이 아닌 항쟁의 도시임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작품에 그런 생각을 반영할 수 없으면 더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순사건을 다룬 오페라 ‘1948년, 침묵’의 팸플릿에서도 ‘항쟁’이라는 표현이 지워졌다. 여수시가 ‘항쟁’ 표현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여수 심포니오케스트라 측은 ‘여순항쟁’을 ‘여순 10·19’로 고쳤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외압에 의해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면서 “여순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합’을 우선시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순사건’을 여전히 ‘반란’으로 보는 시선도 많기 때문에 ‘항쟁’과 ‘반란’을 모두 제외하는 것이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해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와 합의한 공식 명칭을 따를 것을 권고한 것일 뿐”이라면서 “시가 시민사회에 개입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인 황순경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항쟁이라는 표현에 대해 경찰유족회 등 안보·보훈 단체들의 반발이 크다”면서 “70주년을 맞아 올해만큼은 화합에 더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여수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10-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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