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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변명일뿐” 도쿄 패럴림픽 포스터, 분노 유발에 결국 퇴출

“장애는 변명일뿐” 도쿄 패럴림픽 포스터, 분노 유발에 결국 퇴출

김태균 기자
입력 2018-10-17 14:28
업데이트 2018-10-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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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퇴출된 2020년 도쿄 하계 패럴림픽 대회 포스터.
장애인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퇴출된 2020년 도쿄 하계 패럴림픽 대회 포스터.
“장애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졌다면 그건 자기가 약한 것이다.”

한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가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했던 이 말이 2020년 도쿄 하계 패럴림픽 대회 포스터의 문구로 큼지막하게 들어가면서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일본 도쿄도가 만들어 배포한 패럴림픽 포스터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돼 있다”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결국 철거됐다고 17일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해당 포스터는 도쿄도가 패럴림픽을 약 2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제작한 23가지 포스터 중 하나다. 포스터에는 2016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던 배드민턴 선수 스기노 아키코의 모습과 그의 말을 축약한 문구가 담겼다. 스기노 선수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인 대회가 아닌) 보통 대회에 나가서 지면 ‘장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장애인 대회에서는 변명할 수 없다. 졌다면 내가 약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포스터에 옮겨 놓은 것이다.

도쿄도는 이 포스터를 지난 8일부터 역 구내와 열차 안에 게시했다. 그러나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장애인에 대해 일방적인 메시지를 강요한다” 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애인 스스로 하는 말이라면 몰라도 행정기관의 메시지로는 부적절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장애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구가 마치 ‘장애인에게 변명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처럼 비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항의전화까지 쇄도하자 도쿄도는 결국 15~16일 포스터를 철거하고 홈페이지에 ”불쾌한 생각을 갖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가야바 아키코 도쿄도 패럴림픽 부장은 “포스터의 말은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였지만, 엉뚱한 오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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