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모두 경험한 뷰티엔반 박사
“우리는 피를 흘리며 통일했지만 남북은 피를 흘리지 않고 통일됐으면 좋겠습니다.”뷰티엔반 박사
글로벌 프랜드 제공
글로벌 프랜드 제공
최근 봉사단체 글로벌 프랜드(최규택 대표)가 베트남 봉사 12주년을 맞아 북부 푸토성의 청소년과 농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봉사활동에 통역으로 도움을 준 그와 다시 연락했을 때 그는 뜻밖에 “지금도 조주경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북한에서 공부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조 박사를 꼽으며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드는 선생이셨다”고 했다. 월북 뒤 한국전쟁 때 한 팔을 잃은 조 박사는 각고의 노력으로 교수까지 오른 인물이다. 조 박사는 2000년 서울을 찾아 그리던 어머니와 상봉했다. 하지만 남북의 국력 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 것을 두 눈으로 본 데다 북한으로 돌아간 뒤 상봉 때 눈물을 흘린 것을 비판당하자 자신이 좇던 사회주의 이상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반 박사는 따듯하고 영민했던 스승으로 기억하는 조 박사가 허망한 선택을 한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한 본인이 횟수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한국도 여러 차례 찾았다. 반 박사는 “한국은 1953년 이후 크게 발전했는데 우리는 1975년 통일 이후 크게 발전하지 못해 부러울 따름”이라며 “2년 전 유학 사업 때문에 서울을 찾았는데 그 전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느꼈다. 한국 작가를 소개받아 시나리오를 써 영화를 만들려 했는데 중단된 상태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전, 교과서 등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진정 화해하는 길을 묻자 “베트남은 빈부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다. 이를 메우는 데 한국과 한국인들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인들의 반한 감정을 많이 누그러뜨린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현지 농민들에게 닭을 기증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베트남에서 봉사·지원활동을 해 온 글로벌 프랜드는 다음달 중순에는 하이퐁에서 노인성 눈병 시술 봉사를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8-10-16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