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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체적 안전미비 드러낸 고양 저유소 화재

[사설] 총체적 안전미비 드러낸 고양 저유소 화재

입력 2018-10-09 17:34
업데이트 2018-10-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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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탱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원인 수사를 보면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과 관리 미비가 속속 드러난다. 어제 고양경찰서는 인근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린 20대 외국인 건설 노동자에게 중과실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 노동자가 오전 10시 32분쯤 날린 풍등은 저유소 쪽으로 300m를 날아간 뒤 추락했고 4분 뒤 저유소 탱크 인근 잔디에서 연기가 났다. 이어 18분이 지나 폭발이 일어났다. 풍등에서 촉발된 불씨가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풍등의 불씨 하나에 뚫릴 정도로 국가기간시설의 화재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잔디에서 연기가 난 18분 동안 대한송유관공사가 화재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센서가 없었고, 관제실 CCTV나 순찰을 통해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유증기가 항상 발생하는 화재 취약 시설인 만큼 어느 곳보다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함에도 유증기 회수 장치가 없고, 잔디를 깔아 놓은 것도 납득이 안 된다. 또 유류 400만ℓ 이상인 대형 저장 탱크 14개가 밀집돼 건설된 구조 역시 불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근처에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서도 공사장에서 주운 풍등을 부주의하게 날려 실화를 일으킨 외국인 건설 노동자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바람에 소원을 빌어 날리는 풍등의 의미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 풍등은 전날 밤 인근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날린 행사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이제라도 안전이 필요한 곳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재차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양 외에 판교, 대전, 천안 등 다른 저유소 시설에 대한 정밀 진단과 안전장치를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

2018-10-10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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