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포토 다큐] 나는 원한다, 자유를

[포토 다큐] 나는 원한다, 자유를

박윤슬 기자
입력 2018-10-04 22:22
업데이트 2018-10-07 17: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퓨마 뽀롱이 죽음으로 돌아본 ‘동물권’

한 체험형 동물원에서 라쿤이 열리지 않는 벽과 문을 향해 뛰어오르는 모습. 좁은 우리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의 일종이다.
한 체험형 동물원에서 라쿤이 열리지 않는 벽과 문을 향해 뛰어오르는 모습. 좁은 우리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의 일종이다.
고작 4시간 남짓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대전 오월드로 이송돼 8년간 우리 안에만 갇혀 살던 퓨마 뽀롱이의 온전한 자유는 평생 그게 전부였다. 이후 엽사에게 사살당했기 때문이다. 죽음과 맞바꾼 비싼 자유였다. 사육사가 실수로 열어 놓은 문을 통해 자연스레 우리 밖을 향한 죄다. 뽀롱이의 짧은 자유는 많은 질문을 남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폐쇄를 청원하는 글이 잇따랐고 대규모 국립동물원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타조.
동물원에서 만난 타조.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미어캣.
동물원에서 만난 미어캣.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얼룩말.
동물원에서 만난 얼룩말.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수리부엉이.
동물원에서 만난 수리부엉이.
본래 다른 나라의 희귀한 동물을 전시하기 위해 생긴 동물원은 최근 ‘교육적 기능’과 ‘동물 보전’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세기부터 동물을 전시장에 가두고 사육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최대한 실제 서식지 환경을 재현하는 방목형, 사파리형 등이 도입되었다.

진화하는 세계의 동물원과 달리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동물원 관련법이 존재하는 대부분 나라는 동물원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허가제 또는 면허제지만 우리나라는 등록신청만 하면 되는 등록제다. 동물에게 제공해야 하는 환경이나 관련 시설에 관한 규정도 따로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아이들의 생생한 교육, 이색 데이트라는 명목하에 체험형 동물원, 동물카페 등 기형적인 동물전시시설이 도심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일본원숭이.
동물원에서 만난 일본원숭이.
동물원에서 만난 점박이물범.
동물원에서 만난 점박이물범.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독수리.
동물원에서 만난 독수리.
이미지 확대
동물원에서 만난 당나귀.
동물원에서 만난 당나귀.
그러다 보니 동물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다. 신체 활동반경보다 터무니없이 작은 사육장, 본래 습성을 무시한 채 노출되는 빛과 소음, 비위생적인 관리, 연관이 없는 여러 종의 동물을 합사하는 바람에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사망사고가 나기도 하며, 원숭이 등 사회적 집단화해 필요한 동물은 단독 사육돼 정신병에 이르기도 한다.
이미지 확대
서울 시내 한 동물원을 찾은 한 아이가 사육장 유리벽을 발로 차고 있다. 주의 문구가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서울 시내 한 동물원을 찾은 한 아이가 사육장 유리벽을 발로 차고 있다. 주의 문구가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미지 확대
사육장 유리벽에 붙은 두드리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 사이로 코먼마모셋이 보인다.
사육장 유리벽에 붙은 두드리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 사이로 코먼마모셋이 보인다.
이미지 확대
레오파드 육지거북이 자신의 몸보다 고작 몇 배 큰 그릇에 전시돼 있다.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의 손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레오파드 육지거북이 자신의 몸보다 고작 몇 배 큰 그릇에 전시돼 있다.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의 손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미지 확대
한 체험형 동물원에서 바위너구리가 간식구멍에 얼굴을 들이내밀고 있다.
한 체험형 동물원에서 바위너구리가 간식구멍에 얼굴을 들이내밀고 있다.
지난 10월 4일은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멸종위기에 빠진 동물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제정된 세계동물의 날이었다. 쇠 철창과 두꺼운 유리 벽으로 나뉘어진 동물과 인간 사이, 폭력적일 수도 있는 일방향적인 인간들의 손길 사이로 보이는 동물들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원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것이 정말 공생일까.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8-10-05 20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