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시작됐다

입력 : ㅣ 수정 : 2018-10-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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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살인지뢰 제거 착수…최전방 철원 화살머리 고지 현장을 가다
DMZ 너머 불과 2㎞ 거리에 북한군 GP
보호장구 등 20㎏ 착용 하루 4시간 수색
경계병 호위 속 폭 4m씩 조심스레 확장
軍 “최근 불발탄 등 발견 잇따라” 긴장감
서로를 죽이기 위해 설치한 지뢰를 서로를 살리기 위해 해체하는 일은 지금 한반도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거짓말 같은 반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지 10여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68년 전 동족상잔의 피로 얼룩졌던 강원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육군 장병들이 지난 2일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철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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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죽이기 위해 설치한 지뢰를 서로를 살리기 위해 해체하는 일은 지금 한반도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거짓말 같은 반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지 10여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68년 전 동족상잔의 피로 얼룩졌던 강원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육군 장병들이 지난 2일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철원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오전 11시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 고지 정상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서울신문을 비롯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20여명의 장병들이 지뢰 제거 작업을 위해 GP 통문을 열고 북쪽으로 향했다. 장병들은 20㎏이 넘는 보호복, 지뢰화, 덧신, 헬멧 등 보호장구를 갖추고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너머 불과 2㎞ 거리의 북한군 GP가 육안에 들어왔다.

이날 지뢰 제거 작업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한 ‘9·19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른 조치다. 당시 남북은 DMZ 시범적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해 지뢰를 제거하기로 합의했고, 양측은 지난 1일부터 작업에 착수했다. 군사분야 첫 신뢰 조치인 지뢰 제거 작업이 앞으로 종전선언 등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작업은 GP 통문부터 길이 500m 1구역 수색로를 폭 4m씩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후방 경계에 6명의 수색대대 요원이 나서고, 지뢰탐지장비인 숀스테드와 예초기, 지뢰탐지기, 휴대용 공기압축기를 사용하는 장병 등이 뒤따랐다. 남북은 지뢰 제거 작업을 다음달 말까지 매일 4시간씩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현지 부대 지휘관은 “이 일대는 과거 지뢰 매설 기록이 없는 지역이지만, 폭우로 유실된 지뢰나 수류탄, 박격포탄 등 불발탄이 산재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긴장감을 높였다. 군 당국은 지난 3개월간 이 지역에서 10여개의 불발탄을 발견했다. 화살머리 고지는 백마고지 능선이 보이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도 현장을 방문해 장병들에게 “이번 작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병들의 안전이다. 남북한 군사적 신뢰 형성과 의미 있는 과업을 수행하는 평화 구축자로서 소명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통문 뒤로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북 지역에서 가을걷이에 나선 농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민통선 초소에서 2㎞ 떨어진 강원 최북단 묘장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뢰가 모두 사라지고 평화가 자욱해진 DMZ 일대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노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철원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10-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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