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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장 “전통한복 논란,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50% 성공”

종로구청장 “전통한복 논란,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50% 성공”

입력 2018-09-24 13:49
업데이트 2018-09-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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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김영종, ‘퓨전한복 고궁 무료입장 폐지’ 주장해 한복 정체성 논쟁 불지펴“진짜 한복이 무엇인지는 알려야…싸구려 외국산 옷, 한복 산업에도 도움 안돼”

“한복토론회와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제가 새벽 2시까지 다 읽었어요. ‘김영종은 초가집에 가서 살아라’도 있더라고요.(웃음) 반대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하니까 댓글을 다 읽었어요. 그런데 80~90%는 다 저랑 같은 생각이던데요?”

‘퓨전한복 고궁 무료입장 혜택 폐지’를 주장해 최근 한복 정체성 논쟁에 불을 지핀 김영종(65) 서울 종로구청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한복은 한복다워야 하며, 무엇이 진짜 한복인지는 구분하고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그는 한복이 잘 어울리는 추석 명절인 24일 한복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김 구청장은 “‘퓨전한복’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왜 한복 앞에 영어를 앞세워 그것을 한복의 한 종류라고 주장하냐”면서 “그런 옷은 그런 옷대로 자유롭게 입으면 된다. 단지 그런 옷을 한복이라고 분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로구는 ‘한류 중심지’를 지향하면서 한복을 비롯해 한옥과 한식, 한지, 한글 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6년부터는 종로한복축제를 진행하고 있고, 상인들과 뜻을 모아 한복을 입고 관내 음식점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음식값의 10%를 할인해주고 있다.

김 구청장은 공식 행사에 한복을 즐겨 입고 있으며, 종로구청에서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열리는 간부회의에 참석자들이 한복을 입고 온다.

파티도 아니고 업무상 회의에서도 전통 한복을 입어야 하느냐고 묻자 김 구청장은 “개량한복이 편하지만 가능하면 안 입었으면 한다”며 “한 달에 한 번 회의 때 입고 오자는 것인데 그때라도 전통한복을 입어보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융통성 없게 구는 건 아니에요. 회의 끝나고 다른 현장 업무 등을 보게 되면 옷을 갈아입어야죠. 다만 개량한복은 편하게 입자고 개량한 것이니 종로구가 한복을 알리겠다고 나선만큼 전통한복을 입자는 겁니다. 평소에 좀 입어봐야 한복이 어색하지 않죠.”

21~22일 열린 3회 종로한복축제에서도 아름다운 한복들이 선보였다. 디자이너들의 한복패션쇼와 일반인들이 참여한 한복뽐내기 대회 등에서 전통한복의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한복이 불편하긴 하죠. 하지만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요즘 시대 서울에서 한옥을 지키기도 얼마나 어렵나요. 품격있고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는 데 그만한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선조들의 아름다운 모습, 한복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로구는 앞서 11일 ‘우리옷 바르게 입기, 한복 토론회’를 개최해 언젠가부터 거리에 넘쳐나는 한껏 변형된 모양의 화려한 퓨전한복을 놓고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종로구는 퓨전한복은 한복이 아닌 만큼 한복 착용자 고궁 무료입장 혜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구청장은 “2~3년 전부터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변형된 한복을 입는 걸 보면서 저건 아니다 싶었다. 한복의 왜곡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전통한복을 입고 궁궐을 찾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섰죠. 구청장이 뭐하러 욕먹는 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그러나 저는 국적 없는 옷이 한복으로 분류돼 궁궐 무료 입장까지 허용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대여업체에도 그런 옷을 한복이라고 외국인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조 요청했어요. 진짜 한복이 무엇인지 알려줘야지 왜 한복이 아닌 옷을 한복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입혀야 하나요? 전통은 전통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자는 겁니다.”

그는 “외국인들이 퓨전 한복을 입는다고 우리 한복산업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모두다 싸구려 중국산 옷”이라며 “우리가 우리 것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의 주장을 두고 시대착오적이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퓨전한복이라도 외국인들이 많이 입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강하다.

김 구청장은 “전통한복 논란이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50%는 성공했다고 본다”며 “이참에 다들 한 번씩은 한복에 대해 생각해볼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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