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준비하는 ‘가요계 사이다’ 노라조

머리 위에 500㎖ 페트병이 앞뒤로 두 개. 초록색 헤어스프레이를 뿌려 사이다병과 머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꾸민 조빈(44)을 보자 웃음부터 터져 나왔다. 음악방송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모습이지만 진지하게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도 눈길은 자꾸 머리로 옮겨갔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노라조
노라조
“저도 사람이다 보니 창피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이 보면서 키득키득 웃으면 좋아요. 사람들이 웃으면 벌써 인사를 한번 한 것 같달까. 조금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소통수단인 것 같아요.”(조빈)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3년 만에 돌아온 남성듀오 노라조를 만나 신곡 ‘사이다’ 활동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어느덧 데뷔 14년 차다. 청소년이 주 타깃인 음악방송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원로가수’가 됐지만 이들의 방송국 ‘출근길’은 여느 아이돌 못지않게 핫하다. 사이다 캔으로 만든 파마머리, 일회용 투명컵을 얹은 모습 등에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환호한다. 조빈은 ‘한국의 레이디 가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무대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어린 관객들도 ‘사이다’가 나오면 후렴구를 신나게 따라 부른다. 새 멤버 원흠(38)은 “(노라조가 나오면 객석에) 빗장이 풀린다”고 표현했다. 중국에서만 활동하다 처음 한국 무대에 선 그는 “굳은 표정을 보면서 노래하는 건 가수에게 힘든 일인데 형이랑 올라가면 모두 다 밝은 표정”이라며 “무대 위에서 형의 덕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곡 ‘사이다’는 ‘슈퍼맨’, ‘고등어’, ‘카레’ 등 기존 히트곡들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이다. 처음에는 가사가 거의 없는 노래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사이다 하면 연상되는 ‘뽕’, ‘캬’, ‘끄억’ 등 소리를 묶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기존 곡들처럼 가사로도 유쾌함을 전달하자고 방향을 틀었다.

나이로는 완연한 중년이지만 무대 위 에너지는 스무 살 신인에게 밀리지 않는다. 조빈은 “환갑이 돼서도 노라조의 B급 정서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냐”며 “그때도 음악방송에서 아이돌 친구들과 인사하고 가요무대에서 ‘슈퍼맨’을 부르는 상상을 해 본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에서 10년간 가수로 활동했던 원흠의 중국어 실력과 인지도가 힘이 된다. 중국 활동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이 힘들지 않았을까. “힘든 결정이었던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노라조를 레전드라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 중국, 일본 등에서도 활동하는 글로벌한 노라조가 되면 좋겠습니다.”(원흠)

노라조는 ‘사이다’ 공식 스케줄을 마친 뒤 연내 컴백을 위한 신곡 준비에 돌입한다. 이들은 “‘사이다라는 노래 진짜 웃겨. 재미있어’라는 인식을 남겼으면 좋겠다”면서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앞으로 더 즐겁고 신나는 음악으로 자주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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