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관련 위기 지렛대로 한미 FTA 고치자’고 해”

입력 : ㅣ 수정 : 2018-09-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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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 신간…참모들 “무역문제 꺼낼때 아니다”에 트럼프 “지금이 적기”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거듭 거론하며 “그래도 난 아기처럼 푹 잘 잘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모진들의 반대에도 불구, 북한 관련 위기 상황을 오히려 무역협정을 손보기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며 안보와 무역문제를 연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밀어붙이는 통상압박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관련 논의를 한 ‘비사’가 담겨 있다.

정확한 시점은 나와 있지 않지만 우드워드는 “당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긴장 고조가 충분히 나빴고, 한국은 중요한 동맹이자 무역 파트너였다”며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모두 이 자리에서 북한 관련 위기를 감안할 때 무역협정 문제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지금이 (무역협정 문제를) 바로 꺼내 들 때”라면서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보호를 원한다면 지금이 우리가 재협상을 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에 사드의 초기 비용이 10억 달러로 추산된다면서 “한국이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한국에 알려줬다. 그것은 10억 달러 규모로,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경이적인 시스템”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우드워드는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안보와 무역 연계 방침을 밝힌 가운데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은 지난해 4월 30일 카운트파트인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그 후 첫 단계로서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동맹의 중요성을 주제로 국방부(펜타곤)에서 지난해 7월 20일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 간에 사드 배치와 주한미군, 한미 FTA 등을 놓고 오간 대화도 책에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자유무역 관련 멕시코, 캐나다, 일본, 유럽, 한국의 사례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들 국가가 미국의 농산물을 계속 사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체 중부 지역은 기본적으로 농부들이고,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무역적자가 오히려 미국의 경제를 성장시킨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듣고 싶지 않다. 그건 모두 헛소리”라고 반응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특히 화난 목소리로 “우리는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데 연간 35억달러를 쓰고 있다”며 “한국은 사드 시스템을 원하는지, 비용을 지불할지에 대한 결정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그 지긋지긋한 것들을 다 치워버려라. 나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콘 당시 위원장은 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TV를 245달러를 사고 있다. 즉 사람들은 TV에 돈을 덜 쓰는 한편 미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제품들에 돈을 더 쓴다는 것”이라며 무역협정이 미국 경제에 이득이 된다고 거듭 언급했다.

콘 당시 위원장은 또한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면 이 지역에 안전을 위해 더 많은 해군 전단을 필요로 할 것이며 이는 현재보다 약 10배가 더 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만8천 명의 군인에 35억 달러이다. 나는 왜 그들이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들이자”고 불같이 화를 내자 콘 당시 위원장은 “그러면 밤에 안심하고 푹 자기 위해서 이 지역에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난 아무것도 필요 없다. 난 아기처럼 잘 잘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회의 후 매티스 장관은 완전히 기분이 상한 듯 보였고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대통령이 미군을 돈을 주고 일하는 ‘용병’인 것처럼 말한다며 미국의 조직 원리가 오로지 돈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전 장관 간 불화설의 기폭제가 된 ‘멍청이 발언’은 바로 이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떠난 뒤 나왔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틸러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완전한 멍청이”라고 했으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를 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신의 참모진들에 대해 “그들은 비즈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동맹인 한국이 무역과 관련 새로운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북한의 ‘미친놈’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중요성, 외교의 가치, 외국 정부와의 국방, 경제, 정보 협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매티스 장관과 콘 당시 위원장의 ‘의기투합’에 의해 기획됐다고 한다.

대통령을 일단 백악관 밖으로 나오게 하자는 매티스 장관의 제안에 콘 당시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언론도 없고 TV도 없고 개인비서도 없고 창문도 없어 대통령이 더 잘 집중할 수 없는 국방부 내 합동참모본부의 보안 회의실로 장소가 정해졌다고 한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기존 인식의 변화를 끌어낼지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은 그 상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든 중동의 우방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왜 미국이 동맹과 싸우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책에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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