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견문기] ‘성북동 비둘기’ 시인 되어 6070 골목길 돌고 돌고…

입력 : ㅣ 수정 : 2018-09-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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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착지인 한양도성 혜화동전시센터는 품격 있는 동네 사랑방 같았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한동안 개인주택이었다가 대법원장, 서울시장의 거처로 사용됐었다고 한다. 한양도성 성벽을 훼철했다는 구설수에 오르내렸으나 지금은 한양도성 지킴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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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최서향 해설사를 따라 미술사학자인 최순우 옛집으로 향했다. 잘 관리된 최순우 옛집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보전된 시민문화유산 1호라고 한다. 문화를 소비하고 생산하고 보전하는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시민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양도성의 암문을 지나 북정마을로 들어섰다. 빈촌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성곽마을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다.

비둘기공원에서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 낭독을 들었다. 시인의 또 다른 시 ‘저녁에’는 김환기 작가의 재기작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대중가요의 가사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6·25 전쟁으로 삶의 터를 잃고 모여든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 과거의 힘겨운 삶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북정마을을 내려왔다.

성북동은 산세가 좋고 자연풍광이 아름답지만 사람들이 살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이야 고샅길일지언정 길이 촘촘히 나 있지만, 산이 첩첩한 이곳에서의 삶은 버거웠을 것이다. 오죽하면 나라에서 생계를 해결해 주려고 포목을 삶아 빨고 메주를 만들어 납품할 수 있게 했을까. 세월이 흘러 이곳은 예술을 꿈꾸고, 문학을 꿈꾸고, 독립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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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문득 재미있는 장면이 그려진다. 자나깨나 독립을 생각하는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삼거리를 내려오고, 문화재와 예술품으로 둘러싸인 간송미술관에서 전형필 선생이 막 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 때마침 이태준 선생이 삼거리를 지난다. 꿈을 추구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이들의 꿈은 오늘 성북동을 찾은 답사자들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재회를 했다.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