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푹 빠진 마니아들 “늦은 밤까지 원 없이 공부해요”

입력 : ㅣ 수정 : 2018-09-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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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고 동아리실 가보니


설계·디자인 등 산업현장서 응용 가능
대학 기계·컴퓨터공학과 실습실 방불
신상열 교장, “‘4차산업미래신기술교육원’ 만들어야”


“이 창문은 스마트폰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요. 침입하려 하면 센서가 감지해 신호도 알려 주고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로봇고의 동아리실 분위기는 대학 기계공학과나 컴퓨터공학과 실습실을 방불케 했다. 이 학교 전공 동아리 중 한 곳인 ‘M&A’ 소속 학생들은 동아리실을 돌아보던 신상열 교장과 기자에게 ‘스마트 윈도’를 설명했다. 학생들이 공개된 도면을 토대로 기계장치를 설계하고 이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모형 창문과 연계한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지문인식 ‘토르 망치’ 작동시키는 학생 11일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 실습실에서 전공 동아리 ‘R.DA’(회원 박상민, 조강희, 박건휘, 백세흠, 최연우, 박다원, 최보현) 소속 학생이 할리우드 영화 캐릭터인 ‘토르’에서 착안해 만든 지문인식 망치를 뽑아 들고 있다. 이 망치는 사전 입력된 지문이 닿아야 움직인다.

▲ 지문인식 ‘토르 망치’ 작동시키는 학생
11일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 실습실에서 전공 동아리 ‘R.DA’(회원 박상민, 조강희, 박건휘, 백세흠, 최연우, 박다원, 최보현) 소속 학생이 할리우드 영화 캐릭터인 ‘토르’에서 착안해 만든 지문인식 망치를 뽑아 들고 있다. 이 망치는 사전 입력된 지문이 닿아야 움직인다.

실습실은 컴퓨터와 3D프린터, 분해 흔적이 있는 세탁기 등으로 가득했다. 이 동아리 회장인 2학년 최예선양은 “기숙사에 공용 세탁실이 있는데 빨래가 끝났는지 확인하러 자주 가봐야 해 불편했다”면서 “학교에서 구해 준 세탁기를 분해해 남은 세탁 시간을 핸드폰으로 확인하는 장치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김형만 기술부장교사는 “우리 학생들의 전공 과목 이해도는 전문대 1~2학년 수준이고, 실기 능력은 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의 팔 R.DA 소속 학생들이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의 팔을 형상화해 만든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 아이언맨의 팔
R.DA 소속 학생들이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의 팔을 형상화해 만든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스마트팜 동아리 TD(회원 김현, 윤병민, 조은솔, 강진구)가 만든 스마트팜 모형. 기존의 농업방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온도, 습도, 자외선 센서를 이용해 자동으로 식물이 필요로 할 때 동작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농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 스마트팜
동아리 TD(회원 김현, 윤병민, 조은솔, 강진구)가 만든 스마트팜 모형. 기존의 농업방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온도, 습도, 자외선 센서를 이용해 자동으로 식물이 필요로 할 때 동작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농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로봇고는 서울의 대표 마이스터고 중 한 곳이다. 서울시장과 교육부 장관, 서울교육감 등이 미래 교육을 강조하고 싶을 때 곧잘 들르는 장소다. 이 학교의 올해 2월 졸업생 취업률은 96%로 서울 고교 중 가장 높았다. 취업 질도 괜찮은 편이다. 삼성전자에 11명 입사한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에도 여럿 들어갔다. 강남공고였던 이 학교는 2013년 로봇 분야 인재를 키우는 마이스터고가 됐는데 현재 모두 4개 학과(첨단로봇설계과·제어과·시스템과·정보통신과)에 465명이 재학 중이다. 예전 실업계고에서 기계 작동 등 단순 기능 위주로 배웠던 것과 달리 실제 산업용 로봇을 설계·디자인해 시제품을 만들고 작동하는 전 과정을 배우고 응용한다.
춤추는 로봇 만드는 학생들 동아리 Cre Robot(회원 박영준, 황승현, 이규영, 박경호, 최서연, 박수현) 소속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 춤추는 로봇 만드는 학생들
동아리 Cre Robot(회원 박영준, 황승현, 이규영, 박경호, 최서연, 박수현) 소속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컨테이너 옮기는 로봇 동아리 프로토타이퍼(회원 허민혁, 김지헌, 김형래, 안혜성, 권민제, 가혜준, 천형욱, 문승후) 소속 학생들이 만든 컨테이너 모형을 들어 나르는 로봇.

▲ 컨테이너 옮기는 로봇
동아리 프로토타이퍼(회원 허민혁, 김지헌, 김형래, 안혜성, 권민제, 가혜준, 천형욱, 문승후) 소속 학생들이 만든 컨테이너 모형을 들어 나르는 로봇.

신 교장은 높은 취업률 등 학교 성과에 대해 “중학교 때부터 로봇에 미쳤던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원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가 되면 학생들에게 실습실에서 나가도록 하는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신입생의 중학교 때 평균 내신성적은 상위 30~40% 수준이다. 하지만 고교 입학 뒤 보여 주는 학습 능력은 중학교 교과 성적표에 드러난 수준 이상이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현장에서 당장 일할 인력을 키울 목적의 학교인 만큼 산업계 목소리를 바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업을 강화하고, 교사들도 방학 기간 등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를 꾸준히 재교육받는다. 신 교장은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일반고보다 마이스터고 진학을 생각해볼 만하다”면서 “학습 동기 부여가 된 학생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제대로 된 미래 직업·진로 교육을 하려면 좀 더 체계화된 체험 교육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전국 시도교육청마다 ‘4차산업미래신기술교육원’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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