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이 지켜본 9·9절…“北 달라졌다…경제개발 초점”

입력 : ㅣ 수정 : 2018-09-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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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다른 변화 목격…김정은, 평화협상에 올인”
정권수립 70주년(9·9절)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과 집단체조를 선보인 북한이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등 과거와는 차별화된 보여줬다고 외신들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은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인민군 탱크부대가 지나가고 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전차 로켓 ‘불새3’와 신형 152㎜ 자주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평양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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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은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인민군 탱크부대가 지나가고 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전차 로켓 ‘불새3’와 신형 152㎜ 자주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평양 AFP 연합뉴스

9·9절을 전후해 평양을 취재 중인 ABC 뉴스의 마사 래디츠 기자는 이날 리포트를 통해 “과거 열병식에 공개됐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날은 등장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전체적으로 경제개발, 과학과 기술, 근대화를 훨씬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그동안 열병식을 계기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선보이며 미국을 위협해왔다. 가깝게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전날인 2월 8일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도 ICBM을 선보인 바 있다.

래디츠 기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광장 주석단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수많은 군인이 분열(分裂) 행진을 했고 광장에 탱크 부대, 로켓 발사 장치, 전투기 등이 나타났지만, ICBM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불과 7달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열병식에 ICBM이 등장했고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이 세계 수준의 군사력을 갖췄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열병식에서는 몇 년 전과 다른 변화를 볼 수 있었다”면서 북한에 머무른 지난 며칠간 북한이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장면을 목격하고 경험했다고 전했다.

래디츠 기자는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을 협상 테이블로 앉도록 촉발한 핵확산 시도 후에 경제 발전을 추구하려고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6월 정상회담 이후에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거의 없지만, 분명히 김 위원장은 한국과의 평화 협상에 ‘올인’(다걸기)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한 사범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가상현실(VR)을 배우고 있었고, 한 화장품 공장에 들렀을 때는 안내원이 “우리는 서방의 구찌, 에스티 로더 등과 경쟁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9일 밤 평양 능라도에 위치한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mass game)도 지켜봤다.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소개됐다.

이 행사는 어떤 측면에서 올림픽 개막식 같기도 하고 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보울’ 하프타임 행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래디츠 기자는 전했다.

건국 7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집단체조에는 밴드와 수천 명의 가수, 무용수, 체조선수 등이 참여했다. 김 위원장도 참석해 공연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집단체조가 이뤄지는 동안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이 비디오로 상영됐다.

CNN이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집단체조에서는 사람들이 갖은 색깔의 패널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건군절 경축 메시지와 ‘민족의 억센 기상 하늘땅에 넘친다’ 등의 구호, 북 인공기 그림과 태권도 동작 등 다양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 무용수의 공연과 체조선수들의 체조 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옹하는 모습,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발사,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타오르는 장면 등이 영상으로 소개됐고 간단한 연극과 가수들의 노래 공연 등도 곁들여졌다.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집단체조에 참가하는 북한 사람들을 ‘휴먼 픽셀’로 지칭하면서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마치 TV나 컴퓨터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화소)처럼 수많은 사람이 색색의 대형 카드 등을 동원한 군무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특정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집단체조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집단체조에는 학생 10만명이 동원돼 매일 최고 8시간씩 몇 달 간 준비했으며 카드 군무에는 1만7천500명이 참여했다고 그는 전했다. 리플리 기자는 “이런 일이 다른 어떤 곳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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