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군수산업

입력 : ㅣ 수정 : 2018-09-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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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왕립 해군이 주문한 중국의 위안급 S26T 잠수함. SCMP 홈페이지 캡처

▲ 태국 왕립 해군이 주문한 중국의 위안급 S26T 잠수함.
SCMP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중국 선박중공업그룹(CSIC)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조선소는 한껏 들떠 있었다. 선박중공업이 지난해 5월 태국 왕립 해군이 주문한 디젤엔진 추진 잠수함인 S26T 건조식을 갖고 본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 잠수함은 2005~2006년에 취역한 중국 해군의 위안(元)급 039B형에 해당한다. 배수량 2600t인 S26T는 최대 속도가 18노트이며 물 속에서 20일 연속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대당 가격은 4억 1100만 달러(약 4640억원)이며 인도 예정 시기는 2023년이다. 중국은 앞서 방글라데시에 두 척의 밍(明)급 잠수함을 수출했고, 파키스탄에 오는 2028년까지 8척의 위안급 잠수함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중국 군수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방 현대화에 총력을 펼치고 있는데 힘입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무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상위 30대 군수기업(매출액 기준)에 중국 군수기업 8곳이 포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IIS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30대 군수기업에 진입한 중국 군수기업은 선박중공업그룹(세계 14위)을 비롯해 중국병기장비그룹(CSGC·5위), 중국항공공업그룹(AVIC·7위),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9위),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11위), 중국전자과기그룹(CETC·15위), 중국항천그룹(CASC·18위), 중국선박공업그룹(CSSC·22위) 등 8곳이다. 중국 군수기업은 모두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수출은 산하 전문 자회사가 맡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3~2017년 중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이전 5년간보다 38% 증가했다. 세계 무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를 점유해 미국(34%) 러시아(22%) 프랑스(6.7%) 독일(5.8%)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글로벌 주요 군수기업 매출 규모(2016년 기준, 단위: 10억 달러) *중국 기업(빨간색 막대 그래프)  IISS 홈페이 캡처

▲ 글로벌 주요 군수기업 매출 규모(2016년 기준, 단위: 10억 달러)
*중국 기업(빨간색 막대 그래프)
IISS 홈페이 캡처

중국 최대 군수업체인 병기장비그룹은 2016년 기준 22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소총과 탄약, 수류탄, 대테러 장비 등 경무기를 제조하는 병기장비의 매출은 미 보잉사(295억 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군수업체 미국 록히드마틴(매출액 40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투기와 폭격기, 헬리콥터, 여객기, 수송기 등을 제조하는 항공공업그룹(209억 달러)과 전차를 비롯해 로켓탱크, 유도탄, 미사일 등 중무기를 만드는 병기공업그룹(132억 달러)도 10위 안에 진입했다. 항공공업의 경우 2010~2017년 사이 매출이 무려 93%나 급성장했다. 특히 병기공업그룹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연구시설에서 F-22, F-35 등 미국 스텔스 전투기를 무력화시키는 ‘테라헤르츠 방사선’ 생성기를 시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T-레이’로 불리는 테라헤르츠 방사선은 우편물에 숨겨진 폭발물, 마약을 찾거나 수백m 떨어진 군중 속에 감춰진 무기를 찾는 데 이용된다. 스텔스 전투기는 특수 도료를 표면에 칠해 적의 레이더파를 흡수하는데 T-레이는 이 특수 도료를 투과해 전투기 금속 표면에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해낸다.

중국 우주탐사계획을 추진하는 중국항천그룹(69억 달러)은 우주로켓과 액체 및 고체연료 등 우주동력기술,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을 담당한다. 항천과공그룹(98억 달러)은 방공망과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미사일 이동발사대, 미사일 엔진 등을 제조한다. 항천과공 산하 공기동력기술연구원(CAAA)이 개발한 극초음속 비행체(무기) ‘싱쿵(星空)-2호’가 지난달 3일 첫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중국 서북부의 한 시험장에서 발사된 싱쿵 2호는 고도 3만m 상공에서 400여초 간 마하 5.5의 속도로 날다가 최고 마하 6의 속도에 도달했다. 발사된지 10분 뒤 공중에서 분리돼 예정 낙하지에 안착했다. 싱쿵-2호는 날개가 아니라 비행 중 발생하는 충격파를 양력(揚力)으로 사용하는 ‘웨이브 라이더’라는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이 가장 먼저 선보인 이 기술을 중국이 따라잡기에 성공한 것이다.

마이클 그리핀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3월 “중국은 10년간 미국보다 20배나 많은 극초음속 비행체를 시험했다”며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하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이 긴장하는 것은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까닭이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최대 속도 마하 5 이상, 곧 음속보다 최소 5배 이상 빠르다. 초당 1.7㎞ 이상 주파하는 엄청난 속도 때문에 적이 발사 사실을 알아도 대처할 시간이 없다. 특히 현재의 탄도미사일보다 낮거나 높은 고도로 날아가고 원격 조종으로 수시로 궤도를 바꿀 수도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예측 불허의 궤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타격 당하기 전까지는 진짜 타깃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같은 기존 MD체계로는 방어할 길이 없는 셈이다.

선박공업그룹(48억 달러)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LNG선과 각종 군함을 제작하고 선박중공업(98억 달러)은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순양함, 쾌속정, 수륙양용함정, 항공모함 등을 건조한다. 전자과기그룹(84억 달러)은 군용 데이터시스템과 데이터장비, 통신장비,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지난해 6월 119대의 무인기를 동원한 ’드론 스웜’(인공지능 기술로 소형 드론들을 떼지어 비행시키는 기술)을 선보인 전자과기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웜 비행으로 종전 미국 기록을 깼다. 군사적으로 ‘드론 스웜’ 기술은 무인기들을 대거 띄워 올려 항공모함이나 전투기를 벌?처럼 ‘공격’한다. 중국은 상대가 반격하기 어려운 이 전술을 미국의 첨단무기에 대항하는 비대칭 작전수단으로 집중 연구 중이다.

이에 미국은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중국제조 2025’(첨단산업 육성책)에 이어 군수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인 ‘군민융합(軍民融合·군산복합체)정책을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일 ’수출통제 대상‘에 등 중국 기업과 연구소 44곳을 추가한 것은 미국이 중국제조 2025 못지 않게 군민융합정책에 대한위기감을 반영한다. 중국 군수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규모에 더해 민간의 첨단기술로 무장하면 미국의 경쟁력 우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몫했다. 이번에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된 기관은 중국 최대의 미사일시스템 개발 기업인 항천과공그룹 산하 연구소, 통신시스템 제조업체인 위안둥(元東)통신(HBFEC),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전자과기그룹 산하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수출통제 대상에 오르면 거래금지 제재를 당했던 통신설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처럼 핵물질과 통신 장비, 레이저, 센서 등 민수·군수용으로 모두 쓰이는 핵심 부품을 미 기업에서 구매할 수 없다. 군사 무기·장비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과 연구소들이 미국의 첨단기술, 부품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민간기술을 도입, 민간·군사기술의 접목함으로써 군수산업 역량을 높이는 ’군민산업융합정책‘을 통해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산복합체를 만드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임을 맡는 당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및 기술발전의 요체가 군산복합체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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