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상도유치원 “균열 생겨 항의했지만 공사업체가 무시했다”

입력 : ㅣ 수정 : 2018-09-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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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신축 건물…올해 3차례 안전진단 계측
유치원 관계자 “8월 이상 징후 발견…공사업체가 무시”
‘붕괴 위기’ 위태로운 상도동 유치원 건물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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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 위기’ 위태로운 상도동 유치원 건물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의 다세대주택 공사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유치원이 크게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교육·행정당국이 원인 찾기에 나섰다. 지은 지 4년밖에 안된 이 유치원 건물은 파손이 심해 철거가 불가피하다. 최근 집중호우 탓에 지반이 약해진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공사장 구조물 붕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커졌다.

동작소방서는 이날 오후 11시 22분쯤 신고 접수해 현장에 출동했으며 7일 현재 동작구청, 경찰 등과 협조해 현장을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근처 지반이 침하했고 이로 인해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10도쯤 기울어졌다. 소방관 44명과 구청 공무원 55명, 경찰 30명 등 총 148명이 현장에 출동했으며 소방차 14대와 구청 차 10대, 경찰차 4대를 비롯해 34대의 차가 투입됐다.

사고가 난 다세대주택 공사장은 폭 50m에 높이 20m짜리 흙막이를 설치하는 공사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으며 이 사고로 전체 폭 중 40m가량이 무너져 흙이 쏟아졌다. 흙막이(축대)는 지반을 굴착할 때 주위 지반이 침하·붕괴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세우는 가설 구조물을 뜻한다. 옹벽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사장과 인접한 상도유치원을 떠받치던 지반의 흙 일부가 흙막이를 뚫고 공사장으로 쏟아지면서 유치원이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사장과 유치원에 사람이 머물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동작구청은 만일을 대비해 7일 0시쯤 상도4동 주민센터에 임시대피소를 마련해 근처 주민을 대피시켰고,이후 6곳의 숙소에 주민을 분산시켜 휴식을 취하게 했다. 구청 측은 “22세대의 주민 38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대피한 주민 중 1명은 투병 중인 점을 고려해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흙더미에 나뒹구는 유치원 놀이용품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가운데 흙더미에 유치원 놀이용품이 보이고 있다. 2018.9.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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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더미에 나뒹구는 유치원 놀이용품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가운데 흙더미에 유치원 놀이용품이 보이고 있다. 2018.9.7 연합뉴스

서울 교육청에 따르면 이 유치원은 2014년 3월 새로 지었다. 8개 학급에 122명의 원아들이 다니고 있다. 실내·외 체육관, 보건시설, 조리실 등을 갖췄다. 이 건물은 올해 들어서도 구조안전진단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다세대 주택 측이 공사로 인해 주변 건물에 영향이 가는지 확인하려고 해당 유치원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진행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모두 3차례에 걸쳐 유치원 건물을 계측(침하와 기울기, 균열 등을 측정하는 것)했는데 6월과 7월 진행한 1·2차 계측에서는 아무 문제없었고, 8월 3차 계측에서는 약간의 이상 징후가 발견돼 공사 현장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조희연 서울 교육감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발생했었다”며 “지속적인 항의에도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전날에는 유치원장,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구조안전진단업체 관계자,공사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다.공사업체는 안전조치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공사현장을 보니까 어떻게 저렇게 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에 거의 붙어서 공사했나 싶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니까 한 것이다.학교 안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작구청 측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옹벽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정밀검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작구청이 초빙한 동명기술공단의 김재성 토질·기초기술사는 “(사고의) 원인이 굉장히 복합적이라 어떤 영향 때문인지 조사해봐야 한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지반이 연약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인은 정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금천구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8분쯤 가산동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아파트 주차장과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의 대형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터파기 공사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리려면 건설사가 흙막이와 옹벽을 제대로 설계·시공했는지 조사가 불가피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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