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1년에 1만 5000원…이 돈으로 장애를 견디라니

입력 : ㅣ 수정 : 2018-09-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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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장애인 간병
희망고문으로 전락한 발달장애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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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이죠.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 애들 미래에 조그마한 볕이라도 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법만 생겼을 뿐이죠.”

자폐성 장애 1급 아들(21)을 둔 강지향(47·여)씨의 평가는 차가웠다.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 11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지원이 늘어났다고 느끼는 건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의 상태를 고려해 개인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했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개인별 지원 계획을 세운다 한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결국 아들을 위해 계획 세우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23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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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발달장애인 수

강씨는 “법에 명시된 성년후견제를 알아보려고 구청과 동네 주민센터에 문의했지만, 법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담당자도 있었다”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아들을 돌볼 수 없을 때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법 따로 현실 따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 가족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그런 만큼 이 법은 단순히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 노동, 주거, 소득, 활동, 인권 등 전방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장애인 부모의 바람처럼 발달장애인들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언적인 법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시행령도, 정부의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통칭하는 발달장애인은 평생 돌봄을 필요로 한다. 2008년 16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2만 5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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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3만명 지원 계획 짜는 공무원 수

새로 생긴 발달장애인법은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핵심으로 한다. 개인의 연령,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므로 발달장애인 개인 특성에 맞는 지원 계획을 수립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설립된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이러한 개인별 지원 계획을 설립하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공무원 3명이 발달장애인 3만여명의 지원 계획을 모두 수립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보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실제 개인별 지원 계획이 수립된 건 수백건에 불과하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5년간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비용 추계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법이 시행된 이후 매년 단 한 번이라도 예산이 100억원을 넘겨 본 적 없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당시 예산은 9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85억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올 예산 중 50억원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인건비 예산이고 나머지 예산은 35억원뿐”이라며 “즉 35억원으로 약 23만명의 발달장애인이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1인당 연간 1만 5000원꼴로 지원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계획을 세우더라도 지원받을 서비스 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법에는 ▲조기 진단 ▲재활 및 발달 지원 ▲고용 및 직업훈련 ▲평생교육 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 등 지원 ▲거주 시설·주간 활동·돌봄 지원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주간 활동 서비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실제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실제 조기 발견, 소득 보장, 고용, 평생교육, 주거, 가족 지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조항에서 새롭게 제안된 정책도, 기존 정책이 강화된 것도 없다. 예산 분야 역시 의미 있는 증액이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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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23만 발달장애인의 부모교육 예산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3년간 진행된 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립한 것과 발달장애 조기 진단 시 정밀 검사비 지원과 거점병원을 신설한 것 정도”라면서 “부모교육 사업과 양육 지원 사업 등도 시행하고 있지만 실은 법 시행 전부터 있던 사업이고, 확대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례로 부모교육 예산이 연간 3억원 수준”이라면서 “3억원으로 23만명 발달장애인의 부모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 100명당 몇 명의 지원 인력이 있어야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지 등을 먼저 조사하고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복천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의 강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요를 계산하고 이에 맞춰 관련 부서를 설득해 점진적으로 예산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지기관도 회피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를 졸업한 성인들이 낮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 활동 서비스나 조기 노화,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2018-09-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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