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노련한 ‘타악기 마술사’...콜린 커리

입력 : ㅣ 수정 : 2018-09-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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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허티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UFO’ 아시아 초연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의 서울 공연 모습. 서울시향 제공

▲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의 서울 공연 모습. 서울시향 제공

악기를 ‘두드리며’ 등장할 줄 알았던 퍼커셔니스트(타악기 연주자)는 활로 악기를 ‘마찰’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타악기의 종류와 연주법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끼는 사이 무대 위에는 10여종의 다른 타악기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출신 ‘타악기 마술사’ 콜린 커리는 지난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현대작곡가 마이클 도허티의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UFO’를 연주했다. 낯선 작품이었지만, 그는 지금 시대의 음악이 어떻게 청중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노련한 무대를 선보였다.

●UFO를 ‘생각하며’ 듣기?

곡은 미국 대중문화 속 UFO의 모습과 대중의 관심을 묘사한다. 각 악장의 설명을 보지 않더라도 악기 소리만 듣고 있어도 저절로 SF영화 속 장면이 연상됐다. 예컨대 현대악기 ‘워터폰’으로 시작한 1악장의 표제는 ‘여행 음악’으로,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는 음산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각 악장에는 UFO가 추락해 외계인이 숨졌다는 ‘로즈웰 사건’, 워싱턴의 UFO 목격 사건 등이 숨어있다.

3악장 오보에와 비브라폰의 앙상블은 2부에서 연주된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속 독주 바이올린과 오보에의 연주와 비교됐다. 슈트라우스가 바이올린과 오보에로 ‘영웅과 반려자’의 관계를 나타냈다면, 비브라폰과 오보에는 인간과 외계인의 교감을 연상하게 했다.

●UFO를 ‘생각하지 않고’ 듣기?

‘UFO’는 5악장 구성이지만, 1악장이 전주곡 역할을 하며 사실상 4악장 구성과도 같았다. 1·2악장은 다악장 곡에서 서주와 ‘빠르게’로 시작하는 첫번째 악장과 다름없었다. 콜린 커리가 생각하는 빠르기는 ‘몰토 알레그로’(매우 빠르게)였다. ‘느린 2악장’과도 같은 변주곡 형식의 3악장은 ‘미지의 선율’이 차용됐는데, 타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같은 선율을 변주하며 신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기승전결에 따라 4·5악장에서 절정으로 다다르는 등 곡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객도 기존의 익숙한 문법에 따라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완숙한 이야기꾼 같았던 콜린 커리는 연주 내내 밀도 있는 리듬으로 긴장감을 유지했다. 로봇 장난감을 활용한 연주 등으로 적절히 완급을 조절한 것도 객석에서 볼 때 유쾌한 감상 포인트였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젊은 시절에 비해 순발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40여분 동안 지루하지 않은 연주를 선보였다”면서 “드럼 스틱을 관객에게 선물하는 모습 등은 청중이 그날의 공연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날 콜린 커리는 영화음악, 재즈 빅밴드, 광고음악 등 미국 대중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차용한 사운드를 쉴 새 없이 선보였다. 미국 대중문화에 조예가 깊은 관객이라면 이같은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내며 공연을 더욱 즐길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슈트라우스의 팬이라면 후반부 프로그램 ‘영웅의 생애’에서 같은 작곡가의 과거 작품에서 차용된 주제들을 포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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