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세포가 띄우는 드론을 잡아라

입력 : ㅣ 수정 : 2018-09-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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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이상 세포가 생겨도 자체적인 면역 기능으로 없애버린다. 이상 세포가 암으로 자랄 수 없도록 말이다. 반대로 암세포 입장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잘 회피해야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실제로 암세포는 면역 기능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이용한다. 그중 하나로 암세포가 ‘생물학적 드론’을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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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몸속 세포들은 다양한 크기의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를 세포 밖으로 내놓는데 이를 ‘엑소좀’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는 엑소좀이라는 구조물을 드론처럼 미리 멀리 띄워 보내서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 특히 ‘T림프구’를 지치게 만든다. 지친 T림프구는 결국 암세포에 도달하지도 못하거나 겨우 도달해도 힘이 빠져 암세포와 싸울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세포들은 엑소좀을 내놓을 때 원래 세포들이 각자 갖고 있는 표식자를 엑소좀 표면에도 붙여서 내보낸다. 정상세포는 엑소좀을 많이 분비하지 않지만 암이 생기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연구진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는 악성 흑색종 환자의 혈액에서 엑소좀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악성 흑색종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PD-L1’이 엑소좀 표면에도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래 암세포는 세포 표면에 PD-L1이 나타나게 한다. PD-L1이 암세포 주변에 있는 T림프구 표면의 ‘PD-1’과 결합하면 T림프구 기능이 억제된다. 즉 암세포가 면역억제 물질을 표면에 많이 나타나게 하면 결과적으로 면역기능이 억제돼 우리는 암세포를 죽일 수 없게 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PD-1과 PD-L1 결합을 방해해 면역 기능을 다시 살리고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죽일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암세포는 엑소좀에도 PD-L1을 붙여서 면역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암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은 혈액을 타고 먼 거리의 T림프구와 결합해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즉 암세포가 수많은 엑소좀을 퍼뜨리면 마치 많은 드론을 멀리 띄워 보내는 것처럼 몸 전체 T림프구 기능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암세포가 내놓는 드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엑소좀을 빨리 발견할 수 있다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암 진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혈액은 치료 과정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 엑소좀 변화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즉 치료 효과를 더 빨리,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암의 진행·재발 여부도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엑소좀 표면 표식자와 내용물을 측정할 수 있으면 면역관문억제제나 분자표적치료제 효과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직은 엑소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엑소좀은 악성 흑색종뿐만 아니라 폐암이나 유방암에서도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2018-09-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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