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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수 큰 별’ 떠나는 날… 끝내 골프 치러 간 지도자 트럼프

‘美보수 큰 별’ 떠나는 날… 끝내 골프 치러 간 지도자 트럼프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9-02 22:30
업데이트 2018-09-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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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토장’ 된 매케인 장례식

전직 대통령들 ‘조사’… 초당적 추모 물결
부시·오바마 “미국적 가치 보여준 영웅”
트럼프 겨냥 지도자 품격 되찾으라 촉구

트럼프, 초대 못 받아 이방카 부부 보내
WP·ABC 여론조사 “탄핵 찬성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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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앞줄 왼쪽부터)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공화·민주 양당 주요 인사들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추도 예배를 하고 있다.   CNN 방송 화면 캡쳐
버락 오바마(앞줄 왼쪽부터)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공화·민주 양당 주요 인사들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추도 예배를 하고 있다.
CNN 방송 화면 캡쳐
“매케인이 걸어온 길은 ‘용기와 품격의 결합’입니다. 그는 나라를 위해 가치 없다고 믿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고 권력자의 면전에서 ‘미국은 이보다 더 나은 나라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권력 남용과 편견이 심한 자들은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존은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초당파적으로 일했습니다. 정치는 번지르르한 말과 모욕, 가짜 논쟁, 분노를 주고받으며 비열해 보일 때가 많지만 그는 자유롭고 독립적 언론을 위해 싸웠습니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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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뒷줄 가운데) 등 유족들이 이날 국립대성당에서 장례식이 끝난 후 장지로 향하는 운구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매케인 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뒷줄 가운데) 등 유족들이 이날 국립대성당에서 장례식이 끝난 후 장지로 향하는 운구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미국 보수 진영의 ‘큰 별’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조사를 낭독한 두 전직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단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렸다. 매케인 의원의 소신이었던 통합과 희생 정신이 담긴 두 전직 대통령의 조사 내용은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편견, 언론관 행태와 극명하게 대비됐기 때문이다.

이날 장례식이 미국 정치의 양대 축인 공화·민주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를 분열시킨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도자의 예의와 품격을 되찾으라고 촉구한 무대가 된 것처럼 비춰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상 고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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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초청받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초청받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몇달 전부터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한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대선 도전 때 경쟁자였던 부시, 오마바 두 전 대통령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과는 2000년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고, 민주당의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2008년 대선 본선에서 대결했다.

참석자들은 2시간 35분간 진행된 장례식에서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으로 미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를 ‘미국적 가치를 잘 보여준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민주당 거물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운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맡았다. 매케인 의원은 2일 모교인 매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안장됐다.

매케인 의원은 생전 극심한 불화를 겪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끝내 앙금을 털지 못했다. 고인의 딸 메건 매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슬로건을 겨냥해 “존 매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미국이다. 미국은 원래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5년여 동안 포로 생활을 했던 매케인을 영웅이 아니라고 비하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매케인 의원이 타계하자 백악관 조기를 이틀만 내걸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조기 게양을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 이방카 부부를 대신 참석시키고 평소 주말처럼 버지니아의 골프장으로 향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달 26~29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의견이 49%로, 반대 의견(46%)을 소폭 앞질렀다. 이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와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등 최측근들의 유죄가 인정된 이후 이뤄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9-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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