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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회식은 부하들만 싫어한다고? 상사들도 싫기는 마찬가지야”

“직장 회식은 부하들만 싫어한다고? 상사들도 싫기는 마찬가지야”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8-27 14:58
업데이트 2018-08-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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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맥주회사, 직장인 8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어느 회사의 저녁 회식자리. 20여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부장 A씨의 눈에 오른쪽 끝에 자기들끼리만 앉아있는 부원들이 보였다. 그들이 전체 회식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 A씨는 소줏병과 소줏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아니면 누가 너희들을 챙겨주겠냐”는 표정으로. 그 순간 한껏 들떠있던 부원들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듯 가라앉았다. “아, 나 신경쓰지 말고 하던 얘기들 마저 해.” A씨는 자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며 부원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지만, 썰렁해진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힘들다.

이 얘기는 국내 한 대기업의 임원 연수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회식 대응법’ 강의 내용 중 일부다. 부하직원들끼리 모여 즐거워하는 자리에 상사가 일부러 끼어드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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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중 회식 장면. tvN 화면 캡처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중 회식 장면.
tvN 화면 캡처
이런 분위기는 일본도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 상하 위계질서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지만, 요즘에는 노골적으로 상사들과 갖는 술자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직장회식에서도 각자 술값을 추렴해 내는 이른바 ‘와리캉’ 문화가 강해 경제적인 부담도 상사와의 회식을 더 달가워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직장내 회식을 부하직원 또는 후배들만 싫어할까. 27일 일본에서 가장 큰 수제맥주 제조업체 야호브루잉이 직장내 회식과 관련해 최근 20~59세 샐러리맨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상사와 회식을 하는 것이 싫다”는 부하들의 생각 만큼이나 상사들도 부하직원들과 술자리를 갖는 게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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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사들은 부하들이 회식을 안좋아한다는 사실 자체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상사 2명 중 1명꼴로 부하직원들이 자신과 술을 마셔도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야호브루잉 홍보 담당자 네고로 사쿠라(26)는 도쿄신문의 취재에 “젊은 직원들일수록 직장내 회식을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높은 연배의 직장인들까지 회식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은 의외였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히 두드러진 부분은 회식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유로 부하직원들에게 신경쓰는 것을 피곤하게 여기는 상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회식에 대한 생각(복수응답)을 물은 데 대해 상사의 54%는 ‘부하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기가 어렵다’고 했고, 48%는 ‘부하직원들이 나와 술을 마셔도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한 기분에 부하직원들에게 설교를 늘어놓고는 다음날 후회하게 돼 회식이 부담스럽다고 한 40대 여성 직장인도 있었다.

반면 부하직원들은 불이익을 받는 것 등을 파하기 위해 회식자리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2는 ‘잘 모르는 얘기를 상사가 해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준다’(67%)거나 ‘이전에 몇번이나 들었던 얘기이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한다’(66%), ‘상사의 말이 내 생각과 달라도 동의해 준다’(62%)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분량에 대해서는 상사 쪽과 부하 쪽의 인식 차이가 컸다. 전체 발언의 양을 100%로 봤을 때 상사들은 ‘상사 45%, 부하 55%’라고 답한 반면 부하들은 ‘상사 63%, 부하 37%’라고 했다. 각각으로부터 듣고 싶은 화제의 내용도 크게 달랐다. 상사들이 부하들로부터 듣고 싶은 얘기로는 ‘취미’와 ‘회사 인간관계’가 각각 1, 2위였다. 이어 ‘생활·주거’, ‘휴일을 보내는 법’ 등 대체로 개인적인 것이 많았다. 반면 부하들이 상사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는 ‘회사의 전망’, 업무와 업계의 동향‘, ’회사의 인간관계‘ 등 업무 관련한 내용들 일색이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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