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67세 여자 선수 둘 브리지 혼성 팀 동메달 “외로울 틈이 없다우”

67세 여자 선수 둘 브리지 혼성 팀 동메달 “외로울 틈이 없다우”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8-27 08:19
업데이트 2018-08-27 09: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AFP 자료사진
AFP 자료사진
한 팀을 이룬 선수 4명의 나이를 보자. 67세 여성이 둘, 58세 남성 한 명, 47세 여성 한 명이다.세상에 이런 팀이 있겠나 싶겠지만 엄연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다. 노인네들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간이나 죽이는 것 같았던 브리지 인도 대표 혼성 팀이다.

이 팀은 26일 자카르타의 JI 엑스포에서 열린 혼성 팀 준결선 1차전에서 69.67점을 올려 1위를 차지했으나 2차전에서 88.67점으로 2위, 3차전에서 109.7점으로 3위에 머물러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동메달에 만족했다. 이날 남자 팀도 4위를 차지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도는 벌써 동메달 둘을 땄다. 27일에는 중국과 태국의 혼성 결승에다 남성, 슈퍼 혼성 결승이 이어지고, 다음날부터 2인조 경기가 폐막 직전까지 이어진다.
헤마 데오라, 올해 67세다.
헤마 데오라, 올해 67세다.
헤마 데오라(67)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50대까지 델리에서 아들들 키우느라 바빴지만 정치인이자 석유부 장관을 지냈던 남편 무를리 데오라와 함께 나라를 대표해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혼성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대표팀 동료 리타 촉시(79)는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두 사람 모두 국가대표는 커녕 주말마다 친구들과 즐기던 브리지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리지와 체스를 정신 스포츠로 인정했지만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카드 게임 브리지는 체스, 바둑, 장기처럼 이전 대회에 도입됐던 종목들에 이어 네 번째 정신 스포츠로 채택됐다. 브리지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고 사교 모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세계브리지선수권이 1962년부터 열려 가장 유명한 대회다.

데오라는 어릴 적 부모들이 브리지를 하지 못하게 했다. 어른들의 놀이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혼 뒤 남편도 즐겨 해 가끔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즐겼다. 일주일에 한 번 습관처럼 브리지를 했고 폭우나 폭풍이 찾아올 때도 손님들이 집을 찾았다. 그녀는 “어떤 게임이길래 사람들이 주위의 모든 것을 잊어버릴 정도인지 궁금해 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자 시간이 많이 남아 배우기로 했다. “어떻게 일생 동안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하고 배우려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기초를 배우기 어려워 코치 한 명을 붙여 전문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리타 촉시, 올해 76세다. 브리지는 칸막이를 가운데 놓고 게임을 하는 특이한 경기 방식을 갖고 있다.
리타 촉시, 올해 76세다. 브리지는 칸막이를 가운데 놓고 게임을 하는 특이한 경기 방식을 갖고 있다.
지방 대회에 나가 줄줄이 우승하며 트로피도 많이 땄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대결했던 기억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촉시에게 이 게임은 더욱 특별한 마음의 정처였다. 그녀는 “둘째 남편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첫 남편이 죽은 뒤 브리지 게임을 하다 남편 하렌을 만났고 이내 둘은 동료 선수가 됐고 친구가 된 다음 사랑에 빠졌다. 그마저 1990년에 세상을 떠나자 브리지가 그의 빈 자리를 대신했다. 촉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브리지는 아름다운데 정신에 관한 운동이어서다. 또 활기를 다시 불어넣어준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브리지 선수인 아난드 사만트는 인도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하면 “내기와 관련된 이미지가 없어져 후원자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인도에서는 남자들의 게임으로 인식돼 여성들이 터부시하곤 한다. 그런 장벽이 깨지길 데오라와 촉시는 바라고 있다. 2014년에 남편을 잃은 데오라는 “브리지에 투자하면 나이 들어 외로울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