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산으로 가는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대책

입력 : ㅣ 수정 : 2018-08-2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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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포함된 대책 중 지금까지 제대로 효력을 갖고 이행된 사안이 많지 않다. 정부는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했을 땐 삭제와 접속 차단 등의 조치 의무를 다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까지 개정한다던 전기통신사업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전국 5만 2718개의 공중화장실 중 1만개(19%)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합동으로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했지만 발견 건수는 0건이었다. 여전히 화장실 불법 촬영물이 활발하게 유통·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기이할 정도로 성과가 없었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불법 카메라 탐지기 구매와 탐지 인력에 막대한 비용을 쏟는 것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카메라를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화장실 자체를 폭력과 범죄가 스며들 수 없는 공간으로 다시 바꾸거나, 가해자가 왜 이런 영상을 찍고 유통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유의미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를 보면 불법촬영 신고 건수와 심의 건수가 비슷한 규모로 발표된다. 2016년 8월 기준 성행위 영상신고 건수가 7356건이고 시정 요구가 7325건이다. 이 수치만 보면 거의 모든 신고 건수에 제대로 심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방심위 심의 처리의 의미는 삭제 완료가 아니라 심의가 완료됐다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실제 피해 촬영물을 신고했을 때 약 10%만 차단 조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 센터의 신고 게시물은 삭제나 혹은 제재 요청을 넣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시도한 다음 처리되지 않는 것만 추린 것이어서 일반인의 신고 건보다 차단 비율이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피해 지원 현장에서는 방심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플랫폼과 관련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방심위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이 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조직 폭력배들이 “착하게 살자”라고 문신을 한 격이다. 여태까지 피해 촬영물을 통해 수익을 얻어 왔던 사업자들을 ‘자율협력시스템’이라는 그룹에 들어오도록 한 뒤 앞으로는 피해촬영물이 없도록 하자고 약속하는 방식이다. 어떤 강제성도 없는 이런 방식은 플랫폼 내의 유통을 근절할 수 없다.

사이버성폭력 촬영물을 유통하는 플랫폼은 기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유통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관점을 바꿔야 한다. 사업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갈 게 아니라 명확한 성폭력으로 인식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강간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듯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2018-08-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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