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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따랐던 美 보수 거목 스러지다

신념 따랐던 美 보수 거목 스러지다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08-26 23:20
업데이트 2018-08-2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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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뇌종양 투병 중 영면…트럼프·오바마 등 정파 초월한 애도 물결

미국 보수의 거목이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정계의 ‘이단아’(매버릭)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영면했다. 8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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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美 공화당 상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존 매케인 美 공화당 상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AP통신 등은 25일(현지시간) 매케인 의원이 이날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베트남 ‘전쟁영웅´… 대권 꿈은 못 이뤄

매케인 의원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67년 폭격 임무를 수행하다가 격추돼 5년여간 포로 생활을 했다. 당시 해군 사령관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 제안을 거절하고 매케인 의원이 잡혀 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아버지의 조기 석방 제안도 그는 먼저 붙잡힌 전쟁포로가 모두 석방될 때까지 풀려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베트남 국영 뉴스통신사인 VNA 등 현지 언론들은 “베트남과 미국의 협력 기초를 닦은 최초의 인물”이라고 타계 소식을 전하며 매케인 의원을 추모했다.

매케인 의원은 1973년 석방됐고 1981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1982년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86년 주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내리 6선을 했다. ‘베트남 전쟁영웅’ 출신 정치인으로 존경을 많이 받았지만 ‘대권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2000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졌다. 2008년에는 본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존 매케인(오른쪽)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1973년 5월 베트남전 포로에서 석방된 뒤 워싱턴DC에서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뇌종양으로 투병하다가 25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82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존 매케인(오른쪽)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1973년 5월 베트남전 포로에서 석방된 뒤 워싱턴DC에서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뇌종양으로 투병하다가 25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82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오바마케어’ 폐기 반대·트럼프엔 쓴소리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원이었으나 민주당이 옳다고 믿을 때는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호 공약 ‘오바마케어’ 폐기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오바마케어에 문제가 있지만, 이를 없애려고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매케인 의원은 같은 당의 트럼프 대통령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AFP통신 등은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적었다.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도 정파를 떠나 애도의 뜻을 밝혔다.

●文대통령 “한·미동맹의 굳은 지지자” 회고

매케인 의원은 여러 차례 방한한 ‘지한파’ 의원이기도 하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을 맡아 주한미군과 남북 관계, 북한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방미해 매케인 의원과 단독 회담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페이스북에 “고인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애도한 뒤 “고인은 한·미 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워싱턴 방문 때 방미 지지결의안을 주도했고 미 상원의원들과의 면담도 이끌어줬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8-08-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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