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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4차 무역협상 ‘빈손’ 종료...트럼프 ‘무조건 항복’ 요구에 예고된 결말?

美·中 4차 무역협상 ‘빈손’ 종료...트럼프 ‘무조건 항복’ 요구에 예고된 결말?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8-24 15:06
업데이트 2018-08-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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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제조 2025’ 등 다양한 현안으로 中 압박

미국과 중국이 22~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한 4차 무역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2개월여 만에 열려 기대를 모았던 이번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왕서우원(오른쪽 두번째)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재무부 청사에서 4차 미·중 무역협상을 마친뒤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왕서우원(오른쪽 두번째)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재무부 청사에서 4차 미·중 무역협상을 마친뒤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린지 월터스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은 23일 이틀간 진행된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간 4차 무역협상과 관련 “미·중 협상단이 중국의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정책 등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포함해 경제관계에서 공정성과 균형, 호혜를 달성할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터스 부대변인은 양측 간 합의 내용은 물론 추가협상과 관련해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중국과 미국 대표단이 쌍방이 주시하는 무역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이고 솔직한 교류를 했다”면서 “쌍방은 다음 만남을 준비하고 접촉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중국 상무부의 성명에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나 추가협상 일정 등은 들어있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협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관리들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추가협상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비둘기파’인 재무부마저 중국에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인 ‘중국제조 2025’을 축소하라고 압박했고, 중국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지난 6월 초 3차 무역협상이 끝난 뒤 80여일 만인 22~23일 협상장에 마주앉은 상태에서도 상대국의 160억 달러(약 17조 8864억원) 규모 제품에 25% 관세 부과 조치를 강행했다. 미국이 반도체와 플라스틱, 화학, 철도 장비 등 279개 중국 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기자 중국도 석탄과 연료, 철강 제품 등 333개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뒤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지난달 6일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던 양국이 어렵게 재개된 4차 협상 도중 2차 관세폭탄을 터뜨림으로써 양국 간 무역 갈등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소비재를 포함한 2000억 달러(약 223조 58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공청회를 진행중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 달러(약 67조 74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출구를 찾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 무조건 항복에 가까운 요구안을 내놓은 반면, 중국은 성의 있는 양보 이상의 굴욕적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여기고 중국에 전면적인 압력을 가해 이번에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바로잡아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37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문제를 넘어 중국 기업의 미국 지식재산권 도용·남용,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투자 시 기술 이전 강요, ‘중국제조 2025’ 등 차별적인 자국 기업 육성·지원 정책, 위안화 환율 등 다양한 현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3차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농산품과 에너지 제품 수입을 확대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은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까지 끌어내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유례없는 미국의 호황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내 ‘매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무역갈등이 통상차원 문제가 아니라 기존 세계 최강국 미국과 부상하는 강국인 중국 간의 헤게모니 다툼의 성격이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정부의 산업지원 정책, 환율·금융 시스템 등에 변화를 유도해 중국의 추격 속도를 늦추려는 데 무역전쟁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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